블룩, 세계 출판시장을 매료시키다
블룩, 세계 출판시장을 매료시키다
  • 문종효 기자
  • 승인 2009.12.06
  • 호수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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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흐름 속에 일시적 유행 아닌 일상적 현상돼

국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블룩 문화는 외국 출판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중화된 출판 방식이다. 블룩의 발상지인 미국은 이미 2002년부터 블룩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왔다. 미국의 한 웹사이트 운영자에 의해 최초로 명명된 블룩은 당대 최대의 화두였던 블로그의 대유행에 힘입어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블룩이 세계 각국의 출판업계에서 쉽게 정착할 수 있던 요인에는 출판업계의 적극적인 홍보를 빼놓을 수 없다. 2000년대 초반의 세계 출판업계는 인터넷 불법다운로드 확산, 독서량 저하 등의 요인으로 만성적인 판매 부진에 빠져 있었다. 이 때 이들이 찾은 해법이 블룩이었다.

블룩은 인터넷에서 큰 호응을 받은 작품인 만큼 고정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분산돼있는 여러 글들을 한권의 책으로 소장하고 싶어 하는 수요층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블룩의 성장을 견인했다. 이 때문에 블룩 도서는 베스트셀러에 목마른 중소형 출판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김중태<IT문화원> 원장은 “2002년 토니 피어스가 1년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모아 「블룩」이라는 책을 출판한 뒤로 미국에서 블룩 문화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며 “그 이전에는 인터넷의 글을 모아 출판한 사례는 극히 적었다”고 말했다. 블룩의 이런 인기에 힘입어 미국에서는 파워 블로거들을 찾아가 출판을 권유하는 블룩 전문 회사까지 생겨났다. 또 블룩 전문 출판사중 하나인 ‘룰루’에서는 블룩 도서를 픽션ㆍ논픽션ㆍ코믹의 분야로 나눠 우수 블룩의 저자에게 상금을 수여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위크’에 따르면 미국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다섯 권 가운데 한 권이 블룩 도서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블룩은 미국 도서문화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또 영향력 있는 블룩 작가를 뜻하는 ‘블루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힘있는 블루커들의 경우 유명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김 원장은 “미국의 도서 판매 사이트 ‘아마존’에서는 블룩이 베스트셀러가 되는게 더 이상 이변이 아니다”라며 “블로거가 도서 창작과 유통의 중심이 돼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프로그램 관리자 출신의 미국인 조엘 스폴스키가 경영에 관한 자신의 블로그 글을 묶어낸 「조엘 온 소프트웨어」, 독일인 필립 렌센이 자신의 블로그인 ‘구글 블로코프’에 올린 글을 모아 출판한 「구글을 재밌게 사용하는 55가지 방법」 등이 블룩 도서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랑스 요리법을 상세하게 소개한 줄리 파웰의 블룩 도서 「줄리&줄리아」는 요리책으로는 드물게 1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출판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블룩 도서들이 인기 판매도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본 역시 블룩이 ‘넷셀러’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넷셀러는 인터넷에 올린 글로 출판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일본 출판업계에서 사용돼오다가 최근에는 블룩 전체를 지칭하는 단어로 의미가 확장됐다. 프랑스, 영국 등의 서유럽 국가에서도 자국의 요리 및 와인 등에 대한 정보를 담은 블로그 글의 출판이 늘어나는 등 블룩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블룩 문화가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지만 그 내용 및 장르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일본, 유럽, 미주 등 외국의 블룩 도서는 IT, 경제 등의 전문서적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김 원장은 “외국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블로거로서 명성을 날리면서 축적된 글들을 도서로 내는 문화가 일반화돼있다”며 “이 때문에 외국은 국내에 비해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블룩 서적들의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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