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과 함께 겨울을 부르다
현대음악과 함께 겨울을 부르다
  • 이다영 기자
  • 승인 2009.11.08
  • 호수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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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한양현대음악페스티벌
갑작스런 초겨울 날씨로 옷깃을 여미던 4일 ‘2009 한양현대음악페스티벌’ 관람을 위해 백남음악관을 찾았다. 이날은 ‘Modernist Neo-classicism’이라는 주제로 우리학교 음대 학생들로 구성된 한양현대음악앙상블이 연주를 맡았다.

공연은 총 6곡으로 구성됐다. 첫 곡이 시작하자 어둠 속 하얀 베일 뒤에 은은한 조명이 비춰지고 1명의 베이스 클라리넷 주자가 그림자로 나타났다. 신비한 무대장치 속에서 마우리치오 카겔의 「Schattenkl?nge for bass clarinet」이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음의 강약에 따라 불빛의 밝기가 조절되고 그 위치도 변경돼 그림자의 크기, 연주자의 위치 등이 달라지기도 했다.

이는 원곡이 극장에서 연주되던 처음 버전을 각색한 것으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연주 중간에 불이 켜지는 등 장치를 다룸에 있어 잠시 미흡한 모습을 보였으나(이때 곡이 끝난 줄 안 관객들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시각ㆍ청각적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 흡입력 있는 시작이었다.

이어서 알프레드 슈니트케의 「현악4중주 3번」, 엘리엇 카터의 「8 Etudes and a Fantasy for Woodwind Quartet」, 아론 제이 커니스의 「Air for Violin」, 벤자민 브리튼의 「Lachrymae」 등이 잇따라 연주되며 연주자들의 기량을 뽐냈다. 특히 박정은<대학원ㆍ작곡과 석사과정 2기> 씨가 직접 작곡했으며 여백과 잔향의 미가 잘 살아난 「Flowing Moment for brass quintet and piano」의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 있던 박 씨가 올라와 인사를 전해 반가움을 안기기도 했다.

박 씨는 지난 2007년과 작년 ‘범음악제(Pan Music Festival)’와 ‘현대음악앙상블 CMEK’ 젊은작곡가부문에 ‘시간’이라는 주제를 가진 곡들로 입상한 재원이다. 박 씨는 “개인적으로 시계를 싫어해 방에도 시계가 없다”며 “쳇바퀴처럼 시간에 억압돼 살아가는 삶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와 미래에 얽매이기 보단 현재의 나를 가장 중요시 하는데, 이처럼 물리적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등하지만 심리적 시간은 각자 다르다”며 “음악은 시간예술이라고 하지만 이 곡은 단순히 ‘몇 분 몇 초의 곡’이 아니라 ‘각자의 시간을 갖는 기회’로 전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는 기존 고전음악회에선 보지 못했던 여러 시도들이 발견됐다. 연주자들은 그랜드 피아노 속에 손을 넣어 현을 두드리고 건반을 주먹으로 내리치는가 하면, 바이올린의 줄을 뜯어 경쾌한 소리를 내는 피치카토 주법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둔탁한 소리를 만들었고 관악기에서도 정식 음정이 아닌 바람소리를 냈다.

피아노 연주를 담당한 박성원<음대ㆍ피아노과 07> 군은 “현대음악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단 음향ㆍ시각적으로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기존에 연주하던 모차르트나 브람스 등의 고전과 접근방법부터가 다르고 실험적인 방법들이 헷갈리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이 배운 기회였다”고 말했다. 또 “처음 시도하는 장르라 작곡가와의 타협점을 찾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끝내 더 큰 보람을 느꼈다”며 “음대 휴교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음악회가 무사히 끝나 더 빛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대음악의 새로운 시도들과 획기적인 자율성은 익숙한 음악을 찾는 청중들을 멀어지게 했다. 그러나 음악의 미래를 책임질 작곡가들에게 관심을 갖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들과 가까워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09 한양현대음악페스티벌’은 학생들이 용기 내 현대음악과 친해지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공연 녹음자료는 음대 도서관이나 음악시청각실에서 빌려볼 수 있다.

사진 박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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