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창업기업 무병장수 하려면
실험실 창업기업 무병장수 하려면
  • 손수정 기자
  • 승인 2009.10.10
  • 호수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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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자기개발, 대학의 의식개선 필요


대학 내 실험실 창업기업은 현재 창업자의 자발적인 지원이 아닌 정부 주도의 육성 정책에 의해 인공적으로 육성되고 있다. 이에 창업자들은 각 대학의 특성에 맞추지 않는 지원책에 불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몇몇의 창업자들은 오랜 세월동안 자신들만의 생존 비법으로 척박한 실험실 창업 분야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특성 고려 없는 일괄적 지원책
최근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실험실 창업 지원 사업’ 결과에 따르면, 교수 연구원 창업활동(창업준비 포함)이 활발한 대학은 건국대(18명), 서울대(12명), 연세대(16명) 등으로 학교마다 1~2명이 창업하던 예년과 비교해 크게 늘어났다.

이주현<지방중소기업청> 창업담당자는 “경기불황으로 기술창업이 시들해지는 경향을 보였으나 최근 정부가 대상과 지원금을 확대하면서 창업이 늘고 있다”며 “대학과 연구기관의 참여가 기술창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각 대학의 실험실 창업은 대부분 교수의 자발적 지원이 아닌 정부나 단체의 정책적 지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연세대학교 박소영<창업센터> 매니저는 “올해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실험실 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 창업이 활성화 되고 있다”며 “그러나 교수 자발의 실험실 창업은 아직 성과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연세대의 경우 센터에 입주하는 형식이 아닌 ‘원격보육’을 통해 27개의 기업이 있다. 실험실 창업 기업은 총 27개이고 그 중 4개의 기업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의 기업이라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는 건국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30여개 기업 중 10개 기업이 수익을 올리고 있었고 수익을 올리고 있지 않은 기업은 기업의 주식의 일정 비율만 학교에 기부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정지연<벤처창업지원센터> 매니저는 “우리학교에서는 실험실 창업기업이 대학원 내 벤처전문기술학과와 연계돼 교수와 학생, 입주업체가 서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와 건국대의 경우 외에도 대부분의 창업센터를 통한 실험실 창업은 비슷한 지원을 받고 있었다. 학교는 창업공간을 지원하고 그 밖에 창업활동에 필요한 기자재 등을 제공한다. 또 교수가 사업 대표자 겸직이 가능하다.

(주)JB줄기세포연구소 대표 송창훈<조선대ㆍ의학과> 교수는 “이미 산학협력단 산하에 창업보육센터라는 대외적인 기반이 구축돼 있기 때문에 교수들이 창업을 원하는 경우 우리학교는 창업보육센터를 이용하도록 권장한다”고 말했다.

지방대학인 조선대는 지리적 특성의 제약이 있어 우수한 연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송 교수는 “연구 경쟁력을 생명으로 삼는 바이오 벤처에서는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석박사라고 하지만 연구자에 따라 능력과 자질이 격차가 있어 질 좋은 연구를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시류 편승 않는 기술개발ㆍ대학의 지원
지난 2000년 소위 ‘벤처 광풍’의 시류를 타고 여러 실험실 창업기업이 대거 입주를 하고 또 거품이 가라앉자 급격히 사라졌다. 이는 1998년부터 현재까지 안산 창업보육센터의 입주기업 수의 변화로 알 수 있다.
1998년 안산 창업보육센터에 입주기업은 5개에 불과했지만 1999년이 되자 20개로 늘었고 2000년이 되자 2배 이상인 41개 기업이 입주했다.

그러나 점점 벤처 거품이 사라지는 2004년부터는 입주기업이 한자리 수로 급감했다. 작년 다시 ‘08.11.4 벤처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입주 기업은 현재 19개로 늘었다.
이런 시류에도 폐업하지 않고 기업을 운영해 온 실험실창업자들의 장수비결은 △끊임없는 아이템 개발 △노하우 축적 △대학의 적극적 지원이었다.

아이템 하나로 ‘대박’이 날 수 있지만 그 아이템 하나를 찾기까지는 많은 준비기간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끊임없는 아이템 개발을 장수 비결로 제시한 (주)나노-뷰의 대표인 오혜근<과기대ㆍ응용물리학전공> 교수는 “아이템 하나로는 창업이 힘들다”며 “나는 창업을 하기 전부터 수많은 아이템을 준비했고 그것들 중 몇 개만이 상용화 됐다”고 말했다.

제품은 흔히 ‘1%만 부족해도’ 상품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창업자들도 제품을 완성화 하는 과정이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노하우 축적을 장수비결로 제시한 임뮤노씽크 대표 김신규<의대ㆍ의학과> 교수는 “특허기술을 기업에 팔아도 노하우가 없으면 제품을 만들 수가 없다”며 제품 상품화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대학이 실질적으로 교수들의 창업과 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송 교수는 “현재의 대학은 교수들의 연구 활동을 기업 활동으로까지 키우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하다”며 “대학이 우수한 아이템을 발굴해 교수들에게 창업을 하도록 지원하고 투자 유치나 증자, 상장의 단계까지 적극적인 기업 활동 전문분과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창업자들은 국가에서 연구비를 대학에 지원하지만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미미한 부분도 개선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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