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종말
대학생의 종말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09.27
  • 호수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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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학 사회에서 더 이상 '투쟁'이니 '사회정의'니 하는 정치·사회적 구호는 찾아보기 힘들다. 불과 10년 전쯤만 해도 대학엔 정치적 담론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 지나고 더 이상 대학가에서 정치적인 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데올로기와 사회 정의를 논하던 운동권으로 대변되는 풍경은 빠르게 사라졌고, IMF 이후 급격히 어려워진 경제 환경에 맞춰 대학 사회의 관심사는 자연스레 취업과 학점 등으로 옮겨갔다. 투쟁의 시기는 빠르게 종언했다. 이미 1992년에 미국의 철학자이자 정치학자인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역사의 종말'을 통해 갈등의 사회 역사는 자유민주주의의 전 세계적 도래로 종말을 맞았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제 대학에서 정치적인 것을 논하는 건 낯간지러울 뿐더러 무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대를 이끌던 대학생의 사회참여는 이미 구시대의 유물에 다름없어 보인다. 역사의 종언을 노래하는 이 시대에 정치적인 것이 더 이상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겨울의 재개발 지역, 일단의 철거민들은 서울시에 철거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는 건물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겨울철 강제철거를 금지하는 조항에도 불구하고, 철거민들에게 경찰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특공대를 실은 컨테이너가 건물 옥상에 올라가자 건물에 불이 났고 철거민들이 옥상에 세운 망루에도 불이 옮겨 붙었다. 이 사건으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했다. 살아남은 농성자들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검찰에 일제히 기소됐다.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이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적극 홍보하라는 청와대 행정관의 지시가 뒤를 이었다. 언뜻 70년대 사회참여 소설인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연상하게 하는 이 이야기는 실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1월, 용산에서 벌어진 참사다.

아직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빈부격차는 대학가에서 사회 정의를 부르짖던 8,90년대보다 오히려 더 심해졌고. 기업들의 노동법 위반도 빈번하다. 1000일이 넘게 불법 파견근무와 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아직도 투쟁중이다.

오늘날 대학생의 사회참여는 힘들어 보인다. 소위 말하는 좋은 '스펙'이 없으면 취직이 어려운 시대에 남들보다 더 나은 학점을 얻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얼마 전 유신 정권에 반대한 대학생들을 무더기로 내란음모죄로 처벌한 민청학련사건이 35년 만에 처음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좋은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참여를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동안 선배들이 이끌어온 변화를 바로 보자. 하루에 10분만이라도 영어 책을 접고 신문을 펼치자. 우리가 해결해야하는 문제를 직면하자. 아무리 복잡한 사회 문제라도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자.
정구영<언정대ㆍ신문방송정보사회학부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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