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연구실 안전 진단
2009 연구실 안전 진단
  • 송민경 기자, 이채린 기자
  • 승인 2009.09.19
  • 호수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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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안전관리 전담부서 마련 시급

연구실(실험실 포함)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07년 한 서울 소재 대학교에서는 실험에 사용하고 난 폐액을 처리하던 중 폐액용기가 폭발해 연구원이 온 몸에 화상을 입었으며, 지난 2008년에는 또 다른 대학교 실험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실험도구 등을 태우며 3백만 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대학교 내 실험실은 다른 곳보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연구실 안전, 정리정돈부터

우리학교는 정밀안전진단 대행전문기관을 선정해 매년 1회 연구실 안전점검을 위탁 실시하고 있다. 또 각 연구실에 일일점검표를 비치해 해당 연구실 안전 관리자가 매일 연구 전에 점검을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서울배움터는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연구실 안전점검을 대행하고 있다. 작년 11월에 실시한 정기점검은 서울배움터 연구실 400개소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점검 결과 모든 연구실에서  △정리정돈과 청결미흡 △안전장치 미설치 △보호구 미착용 등이 개선 사항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연구실에서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는 △휘발성 유기화학물질 수치 기준치 초과로 환기 관리 필요 △시약장 추가 설치 △비상시 원활한 피난을 위한 비상통로 확보 등이 드러났다.

이러한 연구실 관리상태는 사고발생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 연구실 안전등급은 400개소 중 129개소(48%)가 1등급으로 나타났으며 2등급 198개소(49.5%), 3등급 10개소(2.5%) 순으로 나타났다.

안산배움터는 대한산업보건협회에서 연구실 안전점검을 대행하고 있다. 가장 최근 실시한 정기점검은 지난 5월에 실시한 안전점검으로 안산배움터 연구실 147개소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점검 결과 개선 사항으로 △일부 연구실 시약장 추가 설치 필요 △20리터 크기의 유기용제(알코올류, 클로로포름, 헥산 등) 관리 필요 △연구실 출입구 상부에 긴급 상황을 대비한 피난 유도등 설치 등이 나타났다.

일일점검은 육안으로 실시하는 점검으로 연구실 안전 관리자가 매일 일일점검표를 기입해 교수의 결재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연구실 담당조교 A는 “매일 점검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실상 이뤄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본지에서 양 배움터 학부생들이 수업을 듣는 기초과학실험실 4곳 씩 모두 8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점검한 결과 개선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 약품이 담긴 플라스크 시약병이 시험대 위에 방치돼 있다.
이번 점검에서 드러난 주요 문제로는 △화학약품과 실험도구의 정리정돈 부족 △비상시 탈출통로 확보미흡 △개인 보호 장비 부족 등이 있었다. 화학약품 중 인화성 물질의 경우 전용 캐비닛에 위치해야 하지만 전용 캐비닛 밖에 방치돼 있었고, 위험물은 잠금장치가 있는 캐비닛에 보관해야 하지만 잠금장치가 있더라도 열쇠가 꽂혀 있어 사실상 철저한 보안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또 여전히 실험용 기구들이 정리가 잘 돼있지 않고 실험용 책상과 문 사이 간격이 비좁아 비상시 탈출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보안경, 안면보호구, 보호 장갑 등의 개인 보호 장비도 학생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눈에 뛰는 곳에 위치해 있어야 하지만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권영진<관리처ㆍ시설과> 부장은 “개인 보호 장비는 등록금 중에 실험ㆍ실습비로 포함돼 있기 때문에 연구실마다 기본적으로 개인 보호 장비를 갖춰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각 단대별 연구실에 필요한 장비는 담당 교수와 조교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전교육, 들어본 적 없어요

“전에 한 학생이 실험 수업 중에 뜨거운 증기발생기에 계란이 익는지 보겠다고 넣었다가 기구가 터진 적이 있으니까 증기발생기에 이물질 같은 거 넣으시면 안돼요.”

실험 수업 중 조교가 학생들에게 각별히 주의를 부탁했다. 이처럼 교내에서 벌어지는 연구실 안전사고는 안전의식이 부족한 학생들 때문에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학내 연구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안전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 우리학교 곳곳에 비상기구함이 비치돼있다.
소방서 관계자는 “일 년에 한 차례 정도 위험물 관련 점검을 실시하면 학부생뿐만 아니라 대학원생들도 위험물 관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가 많아 교육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06년 연구실안전법을 제정해 대학교마다 연구실 의무 점검과 함께 실험, 실습을 하는 학부생을 포함한 연구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연구실 안전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학교는 이러닝강좌로 △연구실 내 사고 시 대처방법 △연구실 안전수칙 △화학약품 압축가스 취급방법 등을 교육하는 연구실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과에서 각 단대로 보내는 공지 외엔 제대로 된 홍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프로그램 불참 시 불이익을 가하는 등의 제재조치가 없어, 교육 대상자들의 참여율 저조가 이어지고 있다. 김호환<공대ㆍ전자통신공학부 09> 군은 “연구실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들어본 적도 없고 받아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종우<관리처ㆍ시설과> 직원은 “안전교육 관련법이 제정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학교 연구실 안전교육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며 “점진적인 홍보를 통해 학생들이 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대에서는 모든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이틀 동안 안전교육에 참여할 것을 의무화하고, 연구자들이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 교육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불참자에 대한 제재조치는 단대별로 자율적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제재가 되지 않고 있다.

▲ 인화성 물질이 전용 캐비닛 밖에 방치돼있다.
승훈<서울대ㆍ화학과 08> 군은 “특별히 연구실 안전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며 “지금까지 6개의 실험수업을 들었지만 안전교육을 받지 않아서 실험수업참여에 제한을 받았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권 부장은 “최근 안전교육이 법으로 정해지긴 했지만 연구실 안전교육 미이수 시 제재할 방안이 없어, 현재 국내 대부분의 대학교들은 실질적인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 대학들의 사례 등을 연구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다”라고 밝혔다. 


교내 안전관리, 근본적 한계는

우리학교는 연구활동종사자 상해보험 가입, 비상기구함 설치 등을 통해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지만 실험안전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없어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학교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연구활동종사자 상해보험에 가입했다. 이는 이공계 연구활동종사자가 연구 활동의 직접 결과로 신체상의 손해를 입었을 때 보상하는 보험으로 작년 1월에 출시돼 우리학교가 처음으로 2008년 2월에 가입했다.

보험 대상자는 우리학교 이공계 연구활동종사자며 재학 중인 대학생 및 대학원생 약 1만 3천여 명, 연구원 및 연구보조원 약 200여 명이 자동적으로 보험에 가입돼 매년 갱신된다. 보상범위는 연구활동 중 상해로서 부상, 신체상해, 사망 등 생명 및 신체상의 손해를 입었을 경우 보상된다. 보상금액은 의료비 최대 천만 원, 사망 시 1억 원이 지급된다.

보험처리를 받기 위해서는 발생한 사고에 대해 시설과에서 사고조사를 실시해 관련 대학 및 보험사에 보고하는 등의 보험처리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홍보가 부족해 정작 보험 대상자인 학생들은 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사실조차 잘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연구활동종사자 건강검진도 국내 대학 최초로 실시했다. 지난 1학기를 시작으로 총 3회에 걸쳐 검진을 실시했으며 매년 검진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비상기구함 25개를 이공계열 건물에 설치해 화학약품누출 및 화재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올해 20개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또 대용량시약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위험물저장소(시약보관소)를 올해 안에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학교에는 실험안전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없다는 점이 안전관리를 저해하는 근본적 한계다. 서울대의 환경안전원 안전관리부, 고려대의 관리처 산하 안전관리팀, 카이스트의 안전팀 등 여러 대학에서 실험안전을 담당하는 부서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학교의 연구실 안전관리는 관리처 산하 시설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안전관리 담당 직원도 두 명뿐이다.

서울대의 경우 환경안전원은 실험ㆍ실습수업의 안전점검 및 관리, 연구실 안전사고 기록 보존 및 홍보 등 실험 안전에 대한 사항을 총괄하고 있는 부속기구다. 손병권<서울대ㆍ환경안전원> 직원은 “매년 1천 400여 개에 달하는 연구실을 점검해 그 결과 보고서를 실험실안전백서로 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는 외부업체뿐 아니라 환경안전원에서도 자체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환경안전원에서는 안전점검뿐 아니라 연구실 내 공기오염도 측정, 실험 폐수 및 방사능폐기물 처리, 환경안전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권 부장은 “유독 우리학교만 안전관리부서가 따로 없이 시설과에서 담당하고 있어 타 학교처럼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므로 개별 연구실의 역할도 중요하다”라며 “늦었지만 안전관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부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 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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