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거부하는 어두운 교내 밤길
발길 거부하는 어두운 교내 밤길
  • 송민경 기자
  • 승인 2009.09.13
  • 호수 1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로등, 비상벨 등 치안위한 추가시설 마련 시급

돌아오는 23일은 밤보다 낮의 길이가 더 길어지기 시작해 완연한 가을로 접어드는 추분이다. 밤이 길어지면서 그만큼 치안에 대한 불안도 커져, 학생들의 안전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생겼다. 이에 본지가 우리학교의 치안예방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해 봤다.

교내 곳곳 불 꺼진 치안
종종 늦은 밤까지 교내에 머무는 서승일<경금대ㆍ경제금융학부 07> 군은 “밤이 되면 교내가 약간 어둡긴 해도 전체적으로 조명 시설의 조화가 이뤄져 미관상 아름답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조명으로 인해 아름다운 교내 건물 외곽과는 반대로, 교내 곳곳의 외진 지역은 가로등이 부족해 치안대비에 취약하다.

▲ 가로등이 부족한 의대계단강의동과 부속병원 제1주차동 샛길
조사 결과 교내 가로등이 부족해 어두운 길은 서울배움터 △의대계단강의동과 부속병원 제1주차동 샛길 △제1학생생활관에서 한양여대방향으로 이어진 길 △경영대와 제1학생생활관 샛길 △동문회관 뒤편에서 왕십리 방향으로 이어진 길 △인문대와 학생회관 4층 샛길 △체육부실에서 한양여대방향으로 이어지는 길 △중도 앞 편의점과 학생회관 샛길이 있었다.

또 안산배움터는 △번개공원을 가로지르는 길 △제1과학기술관 앞 정자에서 컨퍼런스홀로 이어지는 길 등이 있었으나 지형의 특성상 평지와 대로로 이뤄져 있어 서울배움터보다는 어두운 곳이 드물었다.

앞서 말한 곳들 중 몇몇 장소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곳도 있었으며, 대부분 목적지까지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이지만 인적이 뜸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인적이 뜸할수록 각종 범죄에 노출되기 쉬워 가로등 추가 설치가 불가피하다. 강민주<과기대ㆍ과학기술학부 09> 양은 “안산배움터는 기숙사 가는 길이 어두운 편이며 특히 번개공원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 지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조사된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서울배움터의 북측에 위치한 병원과 의대 방면이 다른 곳보다 유독 더 외지고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대 학생회장 김동윤<의대ㆍ의학과 08> 군은 “의대 건물은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 외에는 학생들에게 개방되고 있지 않다”며 “이로 인해 밤늦게 의대 주변을 다니는 학생들이 별로 없어 외지기 때문에 가로등이 추가로 설치되면 조금 더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상시 찾지 못하는 비상벨

▲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에 위치한 우리학교 비상벨
얼마 전 서울배움터 여자화장실에 한 남자가 침입해 여학생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각 건물의 여자화장실마다 치안에 대비한 안전비상벨 설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서울권 대학교 중 교내 모든 여자화장실에 비상벨을 설치하고 있는 학교는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등이다.

이처럼 여러 학교에서 교내 모든 여자화장실에 비상벨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학교 여자화장실에 비상벨이 설치 된 곳은 서울배움터 법학학술정보관과 안산배움터 학술정보관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김용민<숙명여대ㆍ생명과학과 08> 양은 “외부인의 침입 가능성 때문에 혼자 화장실에 갈 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는데 교내 여자화장실에 설치 된 비상벨을 보면 안도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자화장실 내 비상벨 설치와 관련해 서울배움터 총여학생회의 부재도 아쉬움을 더했다. 연세대 내 비상벨이 완비된 계기에 대해 담당자 윤문식<연세대ㆍ총무팀> 차장은 “7년 전부터 연세대 총여학생회의 끊임없는 요구에 따라 교내 모든 여자화장실에 비상벨을 설치하게 됐다”며 “7년 전부터 설치를 시작해 얼마 전 모든 여자화장실 비상벨 설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안산배움터 총여학생회장 유예슬<공학대ㆍ화학공학과 06> 양은 “안산배움터에 위치한 여자화장실 대부분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추가로 비상벨 설치를 건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 건국대 여자화장실 내 비상벨
여자화장실 말고도 우리학교 건물 외곽에는 서울배움터에 비상벨 15개와 CCTV 300여대가 설치 돼 있고, 안산배움터에 비상벨 15개와 CCTV 220대가 설치 돼 있다. 서울배움터는 비상벨에 스피커가 장착 돼 있어 비상벨을 누른 뒤 스피커를 통해 상황에 따른 도움을 요청하는 형태다. 하지만 이곳에 설치 된 비상벨은 멀리서도 존재 유무를 구별할 수 있는 경광등(빛이 깜빡깜빡 나오는 등)이 없어 비상벨을 찾기 어렵다.

윤 차장은 “경광등의 유무에 따라 위급 상황 대비 효과가 확연히 차이 난다”며 “이 때문에 연세대는 모든 구역에 경광등이 함께 달려있는 비상벨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안산배움터의 비상벨은 경광등과 함께 설치돼 멀리서도 비상벨을 찾기 수월하지만 스피커는 장착돼 있지 않다. 대신 CCTV가 비상벨 근처에 있어 비상벨이 울리면 무인경비업체가 감독하는 통합보안상황실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출동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조사 결과 서울배움터와 안산배움터에 설치된 CCTV는 모두 적외선 카메라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밤에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정확한 상황 판단에 어려움을 준다.

또 교내 설치된 비상벨의 위치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비상벨이 서울배움터의 복지관 입구나 한마당 시계탑 앞처럼 사람의 통행이 잦거나 비교적 밝은 곳에 위치해 있어 비상벨의 실효성 논란이 있다. 조사한 양 배움터의 30개 비상벨 중 외진 곳에 있었던 것들은 5개뿐 이었다.

이처럼 비교적 밝은 곳의 비상벨 설치는 화재예방이나 교통사고 등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외진 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성범죄나 기타 치안 문제와는 동떨어져 있다. 황규진<경찰대ㆍ경찰학과> 교수는 “비상벨 같은 범죄 예방 시스템은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곳, 인적이 드문 곳에 설치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효과적인 범죄 예방을 위해 비상벨의 추가 설치를 요구하거나 위치를 이동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서울배움터 유행권<관리처> 처장은 “비상벨 추가 설치 계획은 없었지만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안전을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으로 여기고 있어,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면 충분히 개선할 의향이 있다”며 “비상벨은 물론 가로등 추가 설치를 위해서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교내 안전길 지키는 그들
대학교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다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카이스트」에서는 캠퍼스 폴리스가 종종 등장한다. 카이스트는 1996년부터 캠퍼스 폴리스 제도를 도입해 꽤 오래전부터 공공질서 유지 및 치안사고에 대비 해왔다.

우리학교에도 4년 전부터 캠퍼스 폴리스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양 배움터에서는 캠퍼스 폴리스카 두 대가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순찰을 돌고 있다. 이외에도 양 배움터에는 캠퍼스 폴리스용 오토바이 두 대가 마련돼 있다. 현재 캠퍼스 폴리스는 △교통사고 발생 시 현장보존 △불법 주ㆍ정차 차량 지도 및 단속 △긴급사태 발생 시 현장 출동 △장애 학생들의 출동요청 지원 등의 여러 가지 안전관리를 맡고 있다. 

우리학교 캠퍼스 폴리스 제도는 독립적인 부서로 운영되기보다 각 배움터 수위장이 캠퍼스 폴리스카를 운행하면서 항시 무인경비시스템과 경비업체에 연결해 비상상황 발생 시 유기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형태다.

안산배움터 캠퍼스 폴리스카를 운행하고 있는 전형운<총무관리처ㆍ관재과> 수위장은 “안산배움터의 경우 학연산 클러스터나 테크노 파크에 외부인의 출입이 많아 외부인과 학생들 사이의 사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 하고 있다”며 “그러나 안산배움터가 굉장히 넓고 평지인 만큼 캠퍼스 폴리스카 한 대의 순찰로는 완벽한 치안 예방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캠퍼스 폴리스가 순찰을 마치는 시간부터는 우리학교 학생들로 이뤄진 야간자율방범대(이하 규찰대)가 교내 치안관리에 힘쓰고 있다. 서울배움터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눠 학생들이 신청한 시간에 방범 순찰을 돌도록 하고 있으며 안산배움터는 저녁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9명씩 3개 조로 나눠 외진 구역을 중심으로 순찰하고 있다. 이들은 무전기, 경찰봉, 야광등, 완장 등을 갖추고 매 순찰 시작 전 경비원으로부터 교육을 받은 후 순찰을 시작한다. 

규찰대 대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익명을 요구한 A는 “조마다 활동을 감독하는 조장이 있고 매일 일지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성실히 근무했다”며 “주 업무는 술에 취한 학생들의 귀가 조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교 순찰에 학생 보다 좀 더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한길<경금대ㆍ경제금융학부 05> 군은 “일반 학생들이 순찰을 도는 것은 사실상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유현진<경상대ㆍ경제학과 09> 양은 “규찰대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 가로등이 없는 곳을 중점적으로 순찰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학교와 달리 카이스트는 배움터 내 안전을 위해 행정부서로서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안전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안전팀은 건물 외곽의 치안 대비는 물론이고 건물 내 실험실 안전에도 역점을 두는 등 각종 안전환경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송민효<카이스트ㆍ안전팀> 직원은 “카이스트의 안전팀의 업무는 다른 업무와 차별화 돼 있어 학생들의 안전관리에 집중하기 용이하다”며 “학교 조직에서도 독립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타 부서와의 업무협조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민<카이스트ㆍ수리과학과 07> 군은 “학교의 규모가 큰 만큼 학생들의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문제만을 따로 담당하는 부서가 있어 안심된다”며 “학교 측의 치안 관리에 비교적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최서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