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에서 벗어난 학술의 대중화
상아탑에서 벗어난 학술의 대중화
  • 유현지 기자
  • 승인 2009.09.13
  • 호수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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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지식의 올바른 대중화를 향한 길

학술 지식들은 더 이상 상아탑 안 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08년 독서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도서 분야 중 학술ㆍ교양 분야가 16.7%를 차지한다. 하지만 상아탑 안에 갇혀있던 학술서적의 대중화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엇갈렸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7년 서울대 출판사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이 대중적 교양서인 ‘베리타스 시리즈’를 출간하자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당시 서울대 출판사는 학술의 대중화를 목표로 대중적 교양서를 내 놓았으나 이는 대중들의 구미에 맞춰 학술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비판도 등장했다.

소통하는 학술의 필요성
일각에서는 대중적 학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있지만 교수들의 의견은 하나로 모였다. 대중적 학술서를 통한 학술의 대중화 문제가 담론을 형성 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학문은 삶의 진리를 탐구하고 그 결과물들을 사회에 배포해 인간의 삶을 고양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학문의 기본적인 지향점을 고려하면 상아탑 안에서만 이뤄지는 학문은 ‘죽은 학문’이다. 따라서 전문지식에 대한 비전공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대중적 학술서 편찬은 학술의 대중화를 위해 당연히 이뤄져야 할 작업이다.

박기수<국문대ㆍ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학술의 형식이 유연하게 변했다”며 “시대가 변화된 만큼 학술 분야도 변화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학문 각 분야의 전문성이 심화됨에 따라 분야별 교류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술의 대중화는 고립된 각 분야의 전공들의 소통을 위해 필수적으로 몸담아야할 흐름으로 인식되고 있다. 박 교수는 “대중적 학술서의 가치판단은 논의가 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학술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은 더 진지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대중적 학술서의 질 향상
대중적 학술서에 대한 논의에서 이뤄져야 할 사안은 대중적 학술서의 가치 유무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학술의 대중화가 학문의 본질적 목표와 합치되기 때문에 대중적 학술서의 가치를 높일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대학 내 학구 경쟁력은 연구의 질로 판가름 난다. 현재 우리학교에서 교수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연구비의 성과는 논문 및 특허 등의 연구 결과물로 도출되고 있지만 대중적 학술서는 학교의 지원에 비례하지 않는다.

저서「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이야기」, 「한시 미학 산책」 등 한문학 대중 학술서를 펴낸 정 민<인문대ㆍ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대중적 학술서를 출간하는 가장 큰 동기는 학문의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회 환원적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대중적 학술서를 쓰는 학자의 개인적인 소양도 학술서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서 현<공대ㆍ건축학부> 교수는 “대중적 학술서를 출간하는 데에 필요한 소양은 학자로서의 책임의식 뿐 만 아니라 전문적인 용어를 보다 쉬운 언어로 바꿔 쓸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공계 계열은 다른 학문에 비해 전문적인 용어의 장벽이 높은 학문임을 고려 할 때, 서 교수는 학술의 대중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전문적인 언어를 쉽게 풀어 쓸 수 있는 이해력과 글쓰기 능력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학술의 대중화를 방해하는 요소
대중적 학술서의 출간은 학술의 대중화에 기여한다. 하지만 대중적 학술서의 범위에 따라 학계에서 경계해야 할 문제점들이 나타날 수 있다. 학문은 개인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진리를 탐구하며 인간의 존재 의미를 재확인 시켜주는 데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시중에 학술ㆍ교양 도서로 분류 돼 출판되는 다수의 책들이 순수한 학문의 기본 원리를 향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서 교수는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남의 마음을 읽어내는 데에 심리학을 사용하고 재테크를 위해 경제학을 사용하는 것은 학술의 올바른 확산이 아니다”라며 “이는 학문이 아닌 처세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늘날의 사회는 인류가 밟아온 지난날보다 더 불안정하다.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인류의 경쟁은 더욱 더 심화 되고 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들을 요구하고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은 사람들의 공허함을 키운다.

이렇게 길을 잃기 쉬운 현대인들의 공허함을 각 학문의 학문들의 진리 탐구가 채울 수 있다. 정 교수는 “학자들은 학술의 대중화를 시대의 단순한 흐름에 따르는 의무를 넘어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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