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 기획력이 문제
한국 애니메이션 기획력이 문제
  • 나선익 수습기자
  • 승인 2005.11.20
  • 호수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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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력 개발, 틈새시장 공략, 독립애니메이션 지원 등 필요해
안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마리이야기'
우리나라는 1967년 ‘홍길동’을 시작으로 1976년까지 1, 2차 애니메이션 붐이 일었었다. 80년 이후 극장용 애니메이션들이 흥행에 실패한후 그 붐들은 더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2001년 개봉한 ‘런딤’은 국내 최초로 3D로 제작을 하고 수준급의 그래픽을 선보였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스토리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2002년 개봉한 ‘마리 이야기’와 2003년 개봉한 ‘오세암’은 높은 평가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또한 1백10억원을 들인 초대작 ‘원더풀 데이즈’의 흥행실패는 한국 애니메이션에 큰 타격을 안겨줬다. 기술력과 스토리, 양면에서 심혈을 기울였다는 ‘원더풀 데이즈’의 실패로 현재 진행중인 애니메이션들의 제작이 보류되는 불상사를 가지고 왔다.

이러한 국내 애니메이션이 흥행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toontown21 문두표<디자인대·시각패키지디자인 강사>대표는 기획의 어려움을 꼽았다. 문 대표는 “시나리오 제작이 어렵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는 영화 시나리오와 달리 한번 촬영에 들어가면 고치기 어렵다. 그렇지만 애니메이션 전문작가의 수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해서 완벽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의 경우 출판만화를 원작으로 기획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출판만화와 연계 제작하면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출판만화 시장의 불황으로 일본처럼 하기 어렵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오락기, 인터넷이 보급으로 인해 주 소비층인 유아들의 애니메이션 소비가 줄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은 아동을 주 대상으로 하는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문두표 대표는 “무엇보다 교육이 잘 이뤄져야 한다”며 “애니메이션이 종합적인 문화이기 때문에 다양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인력뿐만 아니라 마케팅 전문가, 프리 프로덕션 및 포스트 프로덕션 전문가, 시장 전문가들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전문작가의 질적 개발과 양적 확보를 앞서야한다는 것이 문 대표의 주장이다.

박종수 <순천향대 국제통상학부>교수는 미국식, 일본식의 애니메이션이 아닌 우리만의 고유한 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개발,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업계나 정부는 중복되는 투자 및 지원을 지양하고 전략적 제휴와 전문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용배 <계원조형예술대학 애미네이션과>교수는 소규모 독립 실험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창작 애니메이션 집단을 육성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독립 애니메이션 작가들의 실험과 상상력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밑거름이 되고있다. 이런 독립 애니메이션들이 국제영화제에서 수상과 초청이 되고 있다.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본선 진출작 '버스데이 보이'
박세종 감독의 ‘버스데이 보이’는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 본선 후보에 오르고, 영국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상, 일본 문화청 예술제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우수상까지 수상했다. 이명하 감독의 ‘존재’는 2000년 일본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수상했다. 전승일 감독의 ‘Cold Blood’는 제21회 베를린 국제단편영화제 상영작으로 초청됐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이 어둡지만은 않다. 그동안 한국 애니메이션은 ‘제작 하청국갗의 이미지를 떨치기 어려웠지만 점차 ‘작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마리 이야기’는 제 26회 안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오세암’은 칸영화제 주니어주얼리상과 제 28회 안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뽀로로의 대모험’은 프랑스 텔레비전 TF1에서도 방영됐다. ‘원더풀 데이즈’를 2백만 달러에 수출했다. 작년 안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는 한국 애니메이션 특별전 개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이 세계 곳곳에서 성대히 상영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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