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이 달리는 두 개의 바퀴
대책 없이 달리는 두 개의 바퀴
  • 이채린 기자
  • 승인 2009.09.06
  • 호수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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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오토바이 안전 대책 마련 시급
지난달 학교 주변에서 우리학교 학생이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우리학교는 교내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에 자전거 대신 오토바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오토바이로 통학하는 학생이 많다.

하지만 지형 특성상 교내에 경사가 가파른 곳이 많고 오토바이가 차도가 아닌 교내 좁은 인도로도 통행하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 통학용 오토바이 외에도 학교 주변 음식점 배달 오토바이의 과속으로 인한 안전 및 소음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개강일 이었던 지난 1일 서울배움터에서는 교통안전 캠페인을 실시했다. 아침 등교시간에 맞춰 애지문 앞, 정문과 후문의 차량 진입로 등에서 약 한 시간 가량 이뤄졌다. 캠페인 관계자들은  구호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교통안전캠페인 유인물 약 3천 장을 학생들에게 배포하며 교통안전을 홍보했다.

이 캠페인에는 교직원과 총학생회 집행부와 성동경찰서 교통과 소속 경찰관 10여 명도 참여해 학생들의 관심을 독려했다. 민홍기<성동경찰서ㆍ한양지구대 4팀> 팀장은 “요즘 교통사고로 학생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캠페인으로 조금이나마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새 학기를 맞아 교직원, 총학생회와 함께 캠페인을 벌이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1일, 서울배움터 애지문 앞에서 교통안전 캠페인이 실시됐다.

이원걸<학생처ㆍ학생지원과> 과장은 “얼마 전에 있었던 오토바이 사망사고를 계기로 성동경찰서와 함께 캠페인을 계획했다. 학생들 호응이 좋아 캠페인 효과는 있다고 보고 있으며 현재로선 추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학교 오토바이 관련 규정은 학생들의 통학 시 오토바이 운행은 가능하지만 배달 오토바이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신정문에서 진사로, 한마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제1공학관에서 제2공학관, 백남학술정보관으로 이어지는 길은 모두 오토바이 통행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배달 오토바이의 통행을 원천적으로 막거나 속도제한 등의 직접적인 규제 방법은 없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관재과 직원 A는 “학교 주변 배달 음식점 업주들을 대상으로 의식개선을 촉구하고 있어 일시적인 효과가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효과가 지속되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학교 근처 대표적인 배달 음식점 중 하나인 ‘설옥’의 김성길 사장은 “방학 중에 관재과에서 오토바이 운행 시 서행할 것과 통행 금지구역에 대한 안내문을 보내온 적이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오토바이를 주차시키거나 끌고 올라가서 배달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워 가급적 본관 앞으로는 다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고초를 토로했다.

안산배움터에서도 오토바이로 인한 교내 교통사고와 오토바이 소음으로 인한 학생들의 불평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해결책은 아직 없는 상태다.

총무관리처에서 각 게시판에 부착한 안내문이 안전규정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안내문에는 △과속, 난폭운전, 음주운전 금지 △보호용 안전모 착용 △굉음을 유발하는 이륜차 정비를 통한 굉음 제거 △20km 이하 운행 △보행자 전용도로 출입 불가 △야간 운행 시 전조등 점화 등이 있다.

학교 주변 음식점의 배달 오토바이에 대한 운행 안전 규정도 없다. 익명을 요구한 음식점 업주 B는 “배달 오토바이를 운영하면서 학교 측에서 특별히 운행저지를 하거나 안전운행 협조요청을 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에서도 교내 오토바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대학들은 오토바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 설치, 캠페인 실시, 배달 오토바이 허가제 등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대는 교내 교통안전 캠페인을 진행했다. 학교 주변 음식업체의 경우 과속 오토바이와 안전모 미착용 오토바이 이용자를 대상으로 단속을 벌였다. 일부 단과대학 앞에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을 설치해 무단 주차를 방지했다.

고려대는 주차단속요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교내 순찰을 통해 불법 주정차된 오토바이를 규제한다. 또 교내 학교 주변 상인들의 모임인 상우회에 공지를 해 자발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고려대 측에서 직접 음식 배달 오토바이를 규제한 적이 있었지만 상인들의 반발이 심해 규제를 해제했다.

연세대는 제재보다는 의식개선을 통해 학생들을 일깨우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해 교통안전 캠페인과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 설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오토바이 문제의 구체적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을 마련했지만 학생들은 자전거 거치대에 주차를 하고 있다. 또 교통안전 캠페인은 기간이 짧아 큰 의식개선을 이루지 못했다.
한양사이버대 사이버2관 앞에는 오토바이가 무질서하게 주차돼있다.

이화여대는 여대라는 특성상 오토바이 이용 학생이 적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화여대 측은 음식 배달 오토바이 규제를 일방적인 제재가 아닌 상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이화여대 주변 음식업체는 상인 대표 2명의 허가를 받고 안전운전을 하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해야 오토바이로 배달이 가능하다.

서약서에는 △교내 규정 속도 시속 20km △운전자 안전모 착용 등 안전운행을 위한 규정이 있다. 업체가 이를 어길 시에는 삼진아웃제를 통해 허가가 취소된다. 이 같은 정책의 결과 지난 10년 동안 이화여대에선 음식배달 오토바이로 인한 사고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학교도 오토바이 문제의 구체적 해결을 위해서는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 허가제 등 효과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단발적인 캠페인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을 하기 어렵다. 김일엽<공대ㆍ신소재공학과 05> 군은 “학생들이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심각성을 느끼지 않는 한 단발적인 캠페인으로는 별 효과가 없으니 더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범 기자 nosigh@hanyang.ac.kr
이채린 기자 bona0515@hanyang.ac.kr
사진 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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