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4색, 신문사 여성 편집국장을 만나다
4인 4색, 신문사 여성 편집국장을 만나다
  • 최서현 기자
  • 승인 2009.05.17
  • 호수 12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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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는 나의 ‘선택’이다”

창간 50주년을 맞아 ‘역대 여성 편집국장 인터뷰’라는 기획을 준비했다. 전화를 걸어 기획에 대해 설명하고 약속시간을 잡으려 하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도대체 누가 이런 기획을 준비 한 거야?”

서진수, 엄격하지 않은 부드러움
서진수<언론학과 01> 동인을 만나기 전 그에 대한 이미지는 ‘여장부’였다. 몇 없는 여성 편집국장인데다, 1년간 편집국장으로서 신문사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장부 못지않은 ‘기’와 ‘깡’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 실제로 만난 그에게선 자신의 할 얘기는 똑바로 할 것 같은, 그러면서도 딱딱하거나 엄격하지 않은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작년 신문사 1년 선배와 결혼식을 치른 그는 새색시의 설렘도 느껴졌다.

‘엄마’같았던 편집국장 시절
“선배는 자신이 신문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셨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아빠보다는 엄마라는 느낌? 함께 일했던 기자들에게 카리스마 넘치는 편집국장보다는 아줌마 같다는 이미지일 거 같은데(웃음)”
서 동인은 동료들에게 있어서는 잘 챙겨주는 엄마와 같은 존재였지만 그만큼 편집국장으로서의 카리스마는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편집국장 위치에서 자신이 만든 신문을 볼 때는 모든 것이 부족하게만 보인다고 했다. 서 동인이 가장 아쉬웠던 것은 한 주 동안 주간교수와의 이견으로 신문을 발행하지 못했던 때였다고.
“당시 우리는 그 기사를 반드시 1면에 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교수님은 민감한 사안이라며 뒤쪽에 싣자고 하셨어요. 결국 자존심 싸움(?)으로 이어져 한 주 간 신문을 내지 못하고 다음 호에도 그 기사를 싣지 못했어요” 서 동인은 그 기사를 반드시 보도하기 위해 조금은 융통성 있게 행동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운 듯 말한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을 시간들
“그 당시 선배가 포항까지 가서 찍어온 사진들을 인화하다가 실수로 사진을 날려버렸을 때가 있었어요. 선배는 사진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은 자기 잘못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전 그 말에 더 책임감을 느껴버렸죠(웃음)”
사진기자였던 그는 마지막 ‘암실 세대’다. 그가 편집국장을 하던 때부터 디지털 카메라를 신문사에서 쓰게 됐다. 그가 썼던 필름 카메라는 완전 수동이었기 때문에 사진 한 장을 찍을 때마다 수치를 새로 맞춰야 했었다고. 대학생들이 다수 모이는 집회라도 한번 가면 상황 포착하랴, 수치 조절하랴 정신이 없었단다.
“그런 상황 때문인지 기자로서의 ‘깡’이 생겼던 거 같아요. 내 사진에 대한 애정도 더 깊어졌어요. 나만이 찍을 수 있는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인화하면 그야말로 나만의 사진이 되는 거니까”
누구나 자신의 과거 사진을 보면 부끄럽듯 그도 자신이 썼던 기사를 보면 부끄럽기만 하다고 말한다. 그는 당시 학교 앞에 있던 오래된 해장국집을 찾아가 주인집 아저씨 인터뷰를 했었다. 학교의 역사와 함께 한 그 곳을 글과 사진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비록 기사는 지금 봐도 부끄러울 정도로 서툴지만 하나의 역사를 기록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자신의 선택, 그 모든 것에 욕심을
“어떤 것이든 정말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때,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뿐이지만 내 선택이었으니 후회는 하지 말아야죠”
새내기 시절에는 수많은 선택 사항이 있다.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외부의 어떤 것을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을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기적으로 사는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에 욕심을 낼 필요가 있다는 것. 만나고 싶은 선배, 배우고 싶은 학문, 쓰고 싶은 기사. 욕심 가는 것이 무엇이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라고.
서 동인에게 있어서 새내기 시절 선택은 ‘신문사’였고, 그에 대한 욕심도 많아 편집국장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선배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욕심내고, 요구해야 돼요. 어떤 선배든 후배가 부탁을 하면 젖 달라는 아기에게 줄 거 다 주는 심정으로 해줄걸요. 최소한 나는 신문사의 ‘엄마’였으니까 그렇게 했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다만 정말 배고파하는 욕심쟁이한테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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