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4색, 여성 편집국장을 만나다
4인 4색, 여성 편집국장을 만나다
  • 서정훈 기자
  • 승인 2009.05.17
  • 호수 12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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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가지고 좋은 신문 만들도록 노력해야”


창간 50주년을 맞아 ‘역대 여성 편집국장 인터뷰’라는 기획을 준비했다. 전화를 걸어 기획에 대해 설명하고 약속시간을 잡으려 하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도대체 누가 이런 기획을 준비 한 거야?”

제58대 편집국장 박지연<사회학과 94>동인
박지연, 그녀와의 첫 만남
박지연<사회학과 94> 동인은 한대신문사의 58대 편집국장이자, 1959년 창간이래 38년만에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 편집국장이다. 첫 번째 여성 편집국장인 만큼 뭔가 강한 이미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옆집 언니처럼 너무나 친근한  모습이었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박 동인은 여전한 모습이었다. 신문사 얘기가 나올 때 잠시나마 번뜩였던 ‘카리스마 눈빛’만 뺀다면…

멀고도 험한 편집국장의 길
“편집국장이 되기 전이나, 되고 난 후에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어요. 그거 나열만 해도 거의 책 한권 분량은 될 걸요?” 지금은 편집국장의 성별이 중요하지 않지만 박 동인이 신문사 활동을 할 때만 해도 ‘편집국장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래서 박 동인이 편집국장으로 확정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당시 활동하던 기자들이 박 동인을 편집국장으로 내정했지만 주간교수의 승인이 나오질 않았다. 하도 승인이 나지 않아 주간교수를 직접 면담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는데, 주간교수의 반대 이유는 무척이나 단순했다. 바로 ‘여자니까 안 된다’는 것.

“여자니까 안 된다는 논리가 너무 황당했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이 사람이 편집국장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데… 동기들이 끝까지 날 믿어줘서 결국 편집국장이 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분할 때가 있어요”

카리스마 넘치는 편집국장, 박지연
옆집 언니 같은 친근한 모습 때문에 박 동인을 ‘부드러운 편집국장’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신문사에서 일 할 때만큼은 카리스마 넘치는 국장의 모습을 보였다. 그런 박 동인의 모습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바로 ‘고양이 투척 사건’이다.

때는 신문사에서 평가회의가 진행되던 날, 신문사에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회의가 시작될 시간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고양이의 등장에 대다수의 기자들은 회의도 잊은 채 고양이에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런 기자들의 모습을 본 박 동인은 ‘빨리 회의실에 들어가!’라는 고함과 함께 새끼 고양이를 덥석 집어 바깥으로 던져 버렸다고.

“신문사에서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 건데, 고양이에 정신이 팔려 있는 모습을 보니 순간적으로 화가 났어요. 이 사건에서 후배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은 바로 무엇보다 회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이에요. 다른 건 다 잊어도 돼, 알겠죠?(웃음)”

동인으로서 후배들에게 전하고픈 말
박 동인은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양질의 내용을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 정신’이라고 했다. 주저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적극적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

“편집국장이 되기 전이나 후에 많은 사건들을 겪으면서 ‘도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어요. 내가 수많은 우여곡절에 도전하지 않고 무릎 꿇었다면 지금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많은 추억들도 함께 날아갔겠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 말고 일단 한번 해보세요. 이걸 요즘 애들은 ‘지른다’고 하던가?(웃음) 실패보다 ‘아, 내가 왜 그때 그걸 안했을까’하는 후회가 더 무서운 거라는 것, 잊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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