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쓴 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나요
손으로 쓴 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나요
  • 서보영 기자
  • 승인 2009.04.13
  • 호수 1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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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 표현하는 글씨체의 세계

사람마다 얼굴 생김새가 제각각이듯 글씨체도 마찬가지다. 롯데시네마 에비뉴얼에서는 지난 달 14일 화이트데이를 맞아 남자친구의 글씨체를 찾아내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컴퓨터를 통한 문서작성이 보편적인 디지털 시대지만 손으로 쓴 편지는 받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또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특이한 폰트를 사용하는 사람도 늘었다. 싸이 월드에서는 2005년부터 글꼴 아이템 서비스를 진행해 하루 평균 2만 5천개 이상 판매하고 있다.

첫 인상 좌우하는 글씨체
자신이 쓴 글씨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악필인 사람들이 있다. 다른 이에게 글씨를 보여야하는 상황이 오면 적지 않은 고민을 한다. 글씨가 첫인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상<공대ㆍ화학공학과 03> 군은 “자필 자기 소개서를 요구하는 회사에 지원하는 친구의 대필을 해준 적이 있다”며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기 전에 서류상으로 자신을 나타내는 만큼 글씨체 또한 빠질 수 없는 요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리 글 내용이 좋더라도 글씨체가 깔끔하지 못하면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조현<아름다운 글씨 만들기> 원장은 “고시에 4년 연속 낙방하다가 글씨 교정을 했더니 다음 시험에 합격했다는 사람도 있다” 며 “글씨체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좋은 글씨를 쓰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돈된 글씨체는 가독성을 높일 수 있다. 알아보기 쉬운 글씨가 바로 좋은 글씨다. 전체적으로 삼각형이나 상부가 큰 사각형 형태를 띠는 것이 좋으며 중심축선이 수직이어야 한다. 삼각형이나 사각형의 글씨 교정틀에 글씨를 들여 쓰는 연습을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필기구를 쥐는 습관도 글씨체에 영향을 미친다. 무턱대고 힘을 주기보다 검지 첫째 마디에만 적당히 힘을 주고 다른 손가락은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만의 개성 표현하는 글꼴 아이템
김빛나<음대ㆍ성악과 08> 양은 “싸이 월드 미니 홈피에서 기존에 쓰이는 글꼴은 흔해서 지루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며 “달나라 토끼라는 글꼴 아이템을 선물 받아 사용하고 있는데 귀여워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창기 고딕이나 명조와 같은 딱딱한 글씨체가 쓰였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손글씨와 같이 부드러운 느낌의 글꼴이 개발되고 있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대 여성들에게 인기다. 글씨 안에 별이나 하트 모양 장식이 있는 독특한 글꼴도 나왔다. 기존에 봐왔던 한글 글꼴과 다르기 때문에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10대들 사이에서 특히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글씨체는 쉽게 알아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리포트나 자기소개서 같은 문서 작성을 할 때는 장식적인 제목체보다 바탕체 같은 본문체를 이용해야 가독성을 높일 수 있다.

자신이 쓴 글씨를 보내면 컴퓨터상에서 쓸 수 있는 나만의 글꼴로 만들어 주는 곳도 있다. 만들어진 글꼴에 자신이 원하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이성훈 <문자 동맹> 대표는 “사람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글씨체가 있다”면서 “자필로 글꼴을 만들어 사용하면 개성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작년 10월 만들어진 폰트 협회에 등록된 폰트 회사는 20개 정도다. 이 대표는 “영문이나 일본어에 비해 한글 글꼴 수는 아직 적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한글 글꼴이 개발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람들 눈길 사로잡는 손글씨 광고
컴퓨터의 정형화된 글꼴을 활용하던 과거에 비해 손으로 쓴 글씨인 ‘캘리그라피’를 광고에 활용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디자인에 손맛을 부여해 표현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 손글씨 광고의 장점이다. 손글씨는 희로애락을 비롯한 인간이 갖는 다양한 감정을 나타낼 수 있어 광고 내용을 감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산사춘과 참이슬 병 캘리그라피를 담당했던 강병인 캘리그라피 디자이너는 “한글은 단순해 보이지만 독창적인 조형의 미를 가지고 있다”며 “손으로 글씨를 쓰면 한글이 가진 조형적 아름다움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대충 휘갈겨 쓴 손글씨처럼 보이지만 많은 공을 들인다. 광고의 특성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작업한다. 화장품 광고의 경우 립스틱으로 글씨를 쓰기도 한다. 또 남성성을 강조하는 광고에는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글씨를 써 거친 느낌을 더한다. 같은 작가의 글씨라도 수십 장 중 하나를 골라내 컴퓨터로 세밀하게 다듬는다.

손으로 하는 작업인 만큼 같은 작가라도 매번 다르게 표현하기 마련이다. 캘리그라피는 그만큼 차별된 느낌을 강조할 수 있다. 강 디자이너는 “캘리그라피는 상업적인 용도로 쓰이기 때문에 정보전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글씨체의 예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광고 컨셉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광고의 내용과 캘리그라피가 주는 느낌이 잘 맞아떨어졌을 때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캘리그라피가 주목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사람의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제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도 손글씨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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