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에 연구소가 없다
연구소에 연구소가 없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04.05
  • 호수 1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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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나이 70을 두고 공자는 “나이 70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고 말한다. 하늘의 명을 아는 50을 넘어 귀가 순하여 남의 말을 듣기만 해도 이해하게 된다는 60을 지나면 자기 스스로 있고 자기 스스로 존재한다는 자유자재의 성인의 도가 나이 일흔에 가능하다는 말이다.

올해 한양의 나이가 70이다. 자축하고 기뻐할 일이다. 이 거룩한 뜻을 기리기 위해 서울 안산 할 것 없이 여러 아이디어와 사업이 속출하고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띠는 것이 “소통하는 한양공동체”라는 우리 학교 2009년도 지향 슬로건이다. 소통과 공동체라는 것이 한양의 앞뒤에 포진하고 있다.

소통은 얼마 전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로 등장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소고기파동 때 소통의 부재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공동체역시 혈연공동체, 이익공동체 등에서처럼 어려서부터 쭉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나이 70을 맞은 한양이 올해 들고 나온 화두가 소통과 공동체이니 어째 좀 어색해 보인다. 나이 70이면 귀가 순해서 남을 말을 듣기만 해도 잘 알게 된다는 ‘이순’의 60살을 훌쩍 넘어 맘대로 해도 어긋남이 없는 ‘종심’의 나이이기에, 굳이 소통과 공동체를 강조할 필요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을 들고 나온 이유가 있다. 서울 안산 양 배움터 개교기념행사와 관련해 소통을 부재를 지적한 지난 호 사설에서도 지적했지만, 한양 공동체는 소통의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장 임명을 둘러싸고 법대 일부 교수들과 본부 간의 갈등을 비롯해서,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곳곳에 잠재해 있는 소통의 부재는 공동체의 결속력을 약화시켜 대학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소통의 부재 일례로 산학협력단의 연구소 지원 정책을 들 수 있다. 연구소의 역량이 학교 평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소속교수의 연구업적, 기금유치실적, 저널출간 업적 등을 높이지 않는 연구소가 퇴출되어야 한다는 게 산학협력단의 입장이다.

물론 연구를 활발히 하고 업적이 뛰어난 연구소들에게 동기부여를 한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신생연구소나 보호학문분야의 연구소 등에 대하여 성과라는 잣대보다는 취지나 의미로 판단하여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모든 정책은 당사자들의 특성과 수요를 정확히 파악한 후 수립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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