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야기」
「4월 이야기」
  • 이다영 기자
  • 승인 2009.04.05
  • 호수 12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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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신학기, 그 낯선 시간들.
자신이 합격한 대학과 다른 지역에 살던 학생들은 학교근처로 이사와 자취를 하기도 한다. 난생 처음 부모님과 떨어져 다른 곳에 터를 잡고, 멀어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찡했으리라. 초면인 동기 또는 선배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와와 몰려다니기에 바쁜, 너무 낯설어 그것이 성장인지도 모르는 시간.

벚꽃이 펄펄 내리던 4월, 주인공 우즈키는 대학에 합격해 도쿄로 이사한다. 처음 만나는 이웃과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나누고, 북적북적한 인파와 여기저기서 터지는 플래시 속에 입학식을 치른다. 친구의 손에 이끌려 뚜렷한 의사없이 낚시 동아리에 가입하고 새 선배를 만나는 등 무츠키에게 모든 것은 새롭다.

고등학교 시절 우즈키는 야마자키 선배를 짝사랑했다. 하지만 그가 대학에 진학하자 몰래 그의 이름표를 가져가는 소심한 후배일 뿐이었다. 그의 학교가 무사시노 대학이라는 말에 공부에 박차를 가해 입시에 성공한다. 이후 그가 일하는 서점에서 가슴 벅찬 재회를 하지만 제대로 된 말 한 마디 못 하긴 마찬가지다.

따사로운 봄 배경도 이 영화의 묘미다. 주인공은 자전거를 타고 찬란한 햇살과 갓 피어난 목련 사이를 누빈다. 신록과 선선한 바람, 시원한 분수 등 봄의 볼거리가 넉넉하다. 첫사랑과 재회해 설레는 우즈키의 마음을 배경음악과 더불어 잘 표현하고 있다.

이와이 순지 감독은 대학생활을 갓 시작한 우즈키를 통해 우리가 한 번 쯤 겪는 성장통을 말한다. 뚜렷한 의지가 없던 우즈키에게 야마자키라는 존재는 단순한 짝사랑을 넘어 정체성을 부여하는 동기였다.

항상 어리숙한 우즈키가 가장 확실히 아는 것은 선배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한 사람이 정체성을 이루는 근원이 되는 타인. 감독은 그것이 ‘첫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대학에 합격한 그녀에게 사람들이 기적이라고 하자 그녀는 그것을 ‘사랑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첫사랑의 시작으로 그녀는 다시 태어났고, 그 사랑의 끝을 통해 성장해 갈 것이다. 첫사랑의 결과가 어떻든 끝에는 항상 성장이 기다린다. 모두가 한 번쯤 지나가는 아름답고 애틋한 경험. 우리는 그때의 사랑으로 얼마나 더 자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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