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이 작품 어때요
이번 주 이 작품 어때요
  • 서보영 기자
  • 승인 2009.02.22
  • 호수 12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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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 퍼스트 타임 」

무대에 불이 켜지자 네 명의 배우들이 첫 경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첫 경험을 나눈 장소와 상대의 이름까지 말하는 것은 물론이다. 첫 경험을 주제로 한 도발적인 연극이지만 시각적인 표현이나 외설적인 행동은 극 중에 나오지 않는다.

첫 경험이라는 연결고리의 이야기만으로 2시간 동안 극이 진행된다. 오로지 대사만으로 관객들을 상상하게 하고 흥분하게 만든다. 마치 알코올이 조금 들어간 상태에서 이뤄지는 진실 게임 같은 분위기다.

원작 감독인 켄 다벤포트는 지난 1998년 첫 경험에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그리고 10년 동안 모아진 4만개 이상의 첫 경험에 대한 사연들을 토대로 연극을 만들었다.

연극을 보러 들어가는 모든 관객은 첫 경험에 대한 설문지를 받는다. 연극 시작 전에 걷어진 설문지는 극에 그대로 녹아들어간다. 연극 중간에 설문지에 적었던 옛 남자의 이름이 불쑥 튀어나와 같이 온 남자친구가 혹시나 눈치 챘을까 불안해지기도 한다.

첫 경험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일이지만 자신의 첫 성 경험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마이 퍼스트 타임」에서는 가능하다. 다른 이의 첫 경험을 듣는 일은 마음속 깊이 내재하고 있는 관음적인 욕망을 해소해준다. 

첫 경험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경험한 장소와 연령대가 같았다 해서 첫 경험에 대한 감흥이 같았다고 볼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황홀하고 신비로운 경험이었을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괴로운 일이었을 수도 있다.

연극은 그저 행복해서 태양이 지구를 잡아당기는 느낌이었던 그이와의 첫 경험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옷을 다 벗었으면서도 양말은 끝끝내 벗지 않았던 그에 대한 이야기처럼 황당했던 그날 밤도 여과 없이 드러낸다.

혼전 순결에 대한 논란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 결혼 전이었든 결혼 후였든 그것이 첫 경험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마이 퍼스트 타임」은 다음달 31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3관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관람료는 전석 2만 5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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