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행복ㆍ희망 쏘아올린 2009번째 신호탄
탕! 행복ㆍ희망 쏘아올린 2009번째 신호탄
  • 최정호 기자
  • 승인 2009.01.04
  • 호수 128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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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리 준비한 것도, 예정됐던 행사도 아니었다. 2009년에 대한 가득한 열망을 담은 채, 종각에서의 폭죽은 화려한 색채로 하늘을 수놓았다. 사방으로 아이들이 뛰어다녔고 유쾌한 웃음을 멈출 줄 모른 채 사진을 찍는 학생들의 모습도 여기저기서 보였다. 종각으로 가는 길 곳곳에 배치된 전경들의 모습과 여기저기 떨어져있는 표어는 2008년의 마지막까지 계속된 갈등의 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계속해 이어진 차가운 대립도 새해를 맞이하는 감격까지 식히지는 못했다. 군중들은 아직도 울리고 있는 종소리를 반주삼아 흡사 축제를 열고 있는 듯 했다.

서로를 돕는 2009년이 됐으면
모두가 친구와,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새해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다. 김대성<경기도ㆍ남양주시 46> 씨는 질서를 잃고 흐트러지는 사람들을 주시하며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그의 조끼에는 ‘인명구조’라는 글자가 폭죽의 불빛 속에 빛나고 있다. “새해맞이 자원봉사를 나온 거에요. 가족과는 같이 못 지낸다는 게 아쉽지만 사람들이 즐거운 새해를 맞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보람찹니다” 바쁜 와중에도 추위에 새빨개진 김 씨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2009년은남을 위한 봉사로 초석을 다져보고 싶었다는 것이 김 씨가 여기 나와 있는 이유다. “카운트다운을 보며 2008년의 모든 안 좋은 일을 털어버렸어요. 모두가 힘든 한 해였지만 이번 해엔 모두가 서로를 도와가며 더 나아질 것이라 믿어요”
제야의 종소리가 사그라지는 것에 맞춰 자리를 접는 노점상이 많다. 서둘러 인터뷰 요청을 해보지만 집에서 기다릴 가족들 때문에 바쁘다며 거절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동헌<서울시ㆍ동대문구 29> 씨는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 들어가는 몇몇 상인들이 들어가지 않을 거냐며 묻지만 “장사가 그냥 그렇긴 하지만 접고 들어갈 수가 없네요”라고 답할 뿐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새해라지만 이 씨는 차마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그가 지키고 있는 자리는 인형과 핸드폰고리 등을 파는 작은 노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2008년에도, 그리고 이번 2009년에도 그와 함께 새해의 순간을 맞아준 고마운 동반자다. “저한테는 이 작은 공간이 가족이고 친구죠. 절 먹고 살 수 있게 해주고 물건을 사가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볼 땐 덩달아 즐겁게 해주거든요” 하지만 30대가 돼버릴 2009년의 마지막에는 제발 여자 친구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이 씨의 바람이다.

행복해지자를 모토로
사방이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서로가 어깨동무를 하고, 혹은 팔짱을 낀 채 사방으로 군중들이 움직인다. 으레 그렇듯 누군가는 새해와 함께하는 술자리로 가고 있을 테고, 누군가는 추위를 피해 집으로 도망치듯 가고 있을 것이다. 자욱한 폭죽 연기 속에서 2009년의 행운을 비는 장구와 북소리가 계속해 울려 퍼지고 있다. 새해에 대한 기대감, 새로운 기원과 기쁨,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뒤섞인 혼란 속에서 언뜻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줄 듯한 편의점을 발견했다.
몇몇의 고객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은 바깥의 소란과는 동떨어진 듯 고요하다. 운우혁<서울시ㆍ관악구 28> 씨는 “일하는 게 쉬는 것 아니겠냐”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넨다. 24시간 쉴 수 없는 편의점이 직장인 운 씨는 신년을 축하하는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가게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그는 “물론 새해에 일하는 게 달갑거나 즐거운 것만은 아니에요. 하지만 주어진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겠죠”라며 웃는다. “가족들 역시 ‘각자 인생을 즐겁게 살자’가 신조라 모두 따로 놀고 있어요. 아! 이렇게 얘기하면 저한테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이 순간이 가장 즐거운 게 되는 건가요? 이건 좀 슬픈데”
운 씨는 새해라는 단어에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고 있죠. 그래서 저도 대세를 따라 2009년엔 더욱 행복해지자를 모토로 삼았어요. 저 뿐만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모두 좀 더 행복해지는 2009년이 되길 빌고 있어요”

영하 7도라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뜨거운 꿈을 얘기하고 있었다. 이젠 2008년이란 이름으로 사라져버린 추억들을 되새기며 안 좋은 기억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있었다. 하루살이의 비상이라고 하던가. 새해를 위한 새로운 다짐과 소망 역시 하늘을 수놓으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뤄지지 않을지라도 언제나 새로울 나날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열망이었다. 그렇게 2009년의 새로운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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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1 18:28:48
이 글은 2008년의 마지막 순간과 2009년의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폭죽과 축제 속에서도 갈등과 혼란이 느껴지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해에 대한 열망과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서로를 돕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모두가 즐거운 새해를 맞이하길 소망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새로운 시작과 기회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2009년에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고 평화로운 해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