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연구는 교육으로 이어져야
교수의 연구는 교육으로 이어져야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12.07
  • 호수 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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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연구와 교육이라는 두 축으로 움직인다. 연구의 핵심 주체는 교수일 것이지만, 교육은 발화자인 교수와 수화자인 학생들로 이뤄진다. 그리고 좋은 연구는 알찬 교육으로 이어진다. 교수 연구의 일차적 목표는 교수 교육의 내실화와 고급화다. 대학이라는 교육공간에서 교육으로 전환되지 않는 연구는 적지 않은 문제를 품고 있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정부 당국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대학 순위가 언론에 실리고, 대학들은 이것이 대학 서열을 보여주는 지표로 간주하고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정부가 연구비 지원이라는 미끼로 대학 정책을 장악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 또한 이 ‘눈먼 돈’에 피 튀기며 달려든다. 대학 당국은 당연히 연구의 주체인 교수에게 그 십자가를 지운다. 외부에서 연구비를 따오면 교수업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뿐만 아니라 ‘능력 있는’ 교수로 대내외에서 인정받는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눈먼 돈’의 적지 않는 부분을 활동비로 쓸 수도 있다.

이에 비해 대학의 또 다른 축인 교육의 실상은 참으로 초라하다. 정부당국은 교수들에게 좋은 강의를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대학도 양질의 강의를 위해 피 튀기며 달려들진 않는다. 하면 좋고, 안하면 모른 척한다. 교수업적평가에서 연구부분은 세밀한 반면, 교육부분은 대충 포괄적이다. 이쯤 되면 교수도 새롭고 내실 있는 강의를 위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열강을 한다고 정부나 대학 당국에서 ‘능력 있는’ 교수로 알아주는 것 같지도 않고, 또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수는 못해서 그렇지 ‘연구’교수를, 아니 있는 대로 말한다면 ‘연구비’교수를 선호한다.

물론 교수가 연구비를 따와 학교의 재정과 위상을 높이는 것은 마땅한 책무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수행된 연구결과가 교육과 따로 논다는 것이다. 연구비수주가 주요 목표인 상황에서 연구 과제를 정할 때 교육을 고려할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학 교수는 연구소 연구원이 결코 아니다.

연구는 당연히 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 연구가 그렇지 않다면 대학이나 교수들은 좋을지 몰라도 교육의 수화자인 학생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넘어간다. 교수가 연구용역을 힘들게라도 받게 되면 학기 내내 시간을 바쳐야 한다. 강의는 매학기 하는 과목으로, 매번 사용하는 교제와 강의 노트로 적당히 때울 수밖에 없다.

교수는 연구비가 아니라 연구를 위해, 나아가 교육을 위해 연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결과는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와 공유해야 한다. 이것이 이뤄지는 공간이 바로 대학이다. 한국대학의 경쟁력이 제고돼야 한다면, 정부와 대학 당국은 무엇보다도 연구가 교육으로 이어지도록 정책적으로 장려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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