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사람을 만든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11.30
  • 호수 128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산학술정보관장 이상호<국문대ㆍ한국언어문학과> 교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은 무척 많지만, 나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우리나라의 표어를 가장 좋아한다. 세상에 태어나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숱한 경험과 학습이 필요하지만, 독서를 통해 얻는 경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몸으로 직접 겪어서 터득하는 지혜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다른 사람이 기록한 온갖 지식과 정보의 보고(寶庫)인 책을 통해 느끼고 감동하며 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며 참다운 자기로 거듭나게 된다. 엄밀히 따지면 글에 눈을 뜨는 시기부터 대학 시절까지 결국 우리는 독서를 통해서 한 사람의 진정한 교양인으로 성장한다. 한 사람의 어엿한 지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독서행위는 그 무엇보다도 값진 일이다.

그런데 요즘 누구나 많이 실감하듯이 사람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는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 중 25% 정도가 1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영상문화가 급격히 팽창하며 독서문화는 상대적으로 시들어간다. 사색과 고뇌를 동반하지 않으면 참의미에 이르기 어려운 독서에 비하면 자극적이고 수월하게 다가오는 영상이란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러나 문제는 영상문화는 주로 대중문화로서 상업성이 핵심을 이룬다는 점이다. 상업성이란 소비 지향성이 강해서 결국 흥미본위로 자극적인 요소들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닌다.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대답하는 길로 유도하기보다는 가벼운 볼거리를 통해서 단순히 시간을 소비하게 하거나 헛된 이미지에 현혹당하게 해 궁극적으로는 고뇌하는 삶으로부터 도피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오늘날 팽창하는 대중문화에 비해 독서문화는 뒷걸음질을 면치 못하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참으로 우리의 앞날을 걱정스럽게 한다.

이런 분위기가 대학가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일생에서 가장 많은 책을 읽고 가장 많은 고민과 회의에 빠지며, 그 물음에 스스로 대답하며 인간적ㆍ학문적으로 성숙해가야 할 대학생들이 정말 필요한 책 읽기를 멀리 하고 경박한 문화에 탐닉하는 것은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시대가 변해도 심오한 지식은 책을 통해서 축적되고 전달된다는 사실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또한 영상문화가 아무리 발달해도 그것은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이기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사색하는 독서의 특성을 따라올 수 없다. 전문 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하며, 이는 많은 인내와 시간을 요구한다.

오랜 시간 반복을 통해서 좋은 버릇을 길러야만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더불어 값진 지혜도 쌓을 수 있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을 구하는 일이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는 마음의 양식이 풍요로운 것에 비길 만한 것은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책을 읽지 않고 훌륭하게 된 위인은 없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사람들의 가장 큰 꿈인 부자도 독서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오늘날 주먹구구식으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으며, 설령 어떤 사람이 요행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농부가 여름에 구슬땀을 흘리지 않고는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처럼 누구든 제 인생을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에 애써 다양한 책들을 읽어야만 한다. 그러니 대학생들이여! 책 속에 인격과 지혜와 멋진 미래가 담겨 있음을 새기고 부지런히 책을 읽기를 간절히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