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대학의 힘은 창의성이다
디지털 시대, 대학의 힘은 창의성이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11.24
  • 호수 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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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회는 경제적 효율성을 지향한다. 문화적 다양성이나 심미적 가치보다는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0과 1의 이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이외의 다른 숫자는 잉여거나 비효율적이다. 뿐만 아니라 표준화를 통해 지식이나 새로운 가치들이 유사하게 수집되고 재생산되기도 한다. 일견 디지털 사회를 통해 우리 사회가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복제와 모방에 근거한 표준화되고 상업적인 지식만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대학에서 이뤄지는 지식의 생산이나 교육 방식도 디지털이 야기한 변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업에서부터 지식 개발이나 생산, 인력 양성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표면적으로는 바뀌었지만 그 실질적 내용은 깊이가 약화되고 있다. 가령 대학교 수업을 살펴보면 교수나 학생 모두 교재보다는 프레젠테이션이나 동영상, 인터넷 등과 같은 새로운 교육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화로 인해 수업 진행의 시각적 효과는 높아졌지만 수업을 통해 창의성이나 심층성이 보완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대학 수업에서 활용되는 과제 제출이나 새로운 연구 모델 설정 역시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에 근거해 복제되고 재생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학 졸업 논문 역시 그 효용성이 거의 없는 편이며 산업계와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개발이나 창의적 연구와 인재들의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디지털 시대의 우리 대학 교육은 비판과 탐구, 고민보다는 이전 지식을 수용하고 재생산하는 것에 치중돼 있다. 지식이나 정보 복제의 용이함으로 인해 혁신적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발전시키기 보다는 기존 연구나 교육 방식을 부분적으로 재구성하는 수준에서 답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대학의 경쟁력은 혁신적이면서도 창의적 지식 생산 능력에 의존한다. 창의성은 현재의 교수법이나 교육 콘텐츠의 한계를 극복해야 확보될 수 있다. 강의실과 연구실, 기타 대학 공간 모두를 창의성을 생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업 및 연구 방식에도 새로운 혁신과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은 경험과 상상력이 결합된 전공 개발이나 기존 전공의 결합을 통해 창의적 학습 공간으로 대학의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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