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눈물’이 부러운 이유
‘오바마의 눈물’이 부러운 이유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11.09
  • 호수 1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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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간으로 2008년 11월 5일은 인류의 역사적인 순간들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 44대 대통령, 건국 232년 이래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이라는 기록 말이다. 이 기록의 주인공은 벼락처럼 다가온 버락 후세인 오바마다.

링컨이 노예를 해방하고 1964년에 민권법이 통과됐다고는 하지만, 미국 땅에서 흑인이 언제부터 인간이었던가.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고 있지만 흑인은 꿈의 땅 미국에서 여전히 비주류였다. 그러나 언제나 아웃사이더일 것만 같았던 47세의 초선 상원의원 흑인 오마마가 기회의 땅 미국에서 72세의 노정객 매케인을 누르고 검은 혁명을 이룩한 날이 지난 5일이었다.

오바마는 당선수락연설에서 “미국이 앞으로 더욱더 빛나는 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부와 돈 때문이 아니라 기회와 민주주의, 땀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민주주의의 나라, 땀의 대가가 반드시 보장되는 희망의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이다.

오바마로 하여금 루터 킹 목사의 ‘꿈’을 실현시키도록 한 것은 무엇보다도 미국이었다. 177년 전에 토크빌도 그렇게 생각했듯이, 민주주의의 본고장 미국이었기에 가능했다. 이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오바마였다. 그래서 그는 “미국에선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밤이 그 의심에 대한 답변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가치의 실현자로 매케인이 아니라 오바마를 선택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미국인들은 오바마에게서 편안함과 겸손함, 순수함과 슬기로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의로움을 봤을 것이다. 오바마는 불의에 맞서 정의를 수호할 것 같고, 어려움을 풀어갈 수 있는 슬기로움을 가지고 있으며, 권모술수에 능한 정략가가 아니라 투명하고 순박한 일상적인 인간이고, 언제 어디서나 다가가서 일상의 담화를 나누고 시대의 정신을 토론할 수 있는 편안하고 겸손한 사람으로 보았을 것이다.

이런 덕목들이 44대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힘일 것이고, 이 힘이 응축돼 나타난 것이 다름 아닌 ‘오바마의 눈물’이었으리라. 선거 막바지인 3일 유세 도중 외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흘린 그의 눈물은 ‘힐러리의 눈물’이나 ‘노무현의 눈물’과는 차원이 달랐다. 눈물은 흘러내리지만 얼굴은 일그러지지 않았고 말투도 흔들림이 없었다. 순수함과 정직함 그리고 강인함이 동시에 묻어나는 오바마 리더십의 전형이었다.

민주공화국이라고는 하지만 민주주의하고는 아직도 거리가 먼, 보스는 있었을지라도 진정한 리더를 아직 만나보지 못한 우리로서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오바마의 눈물’이 여간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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