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수만 가지 스펙트럼 만들기
나만의 수만 가지 스펙트럼 만들기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11.02
  • 호수 12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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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이 물들어가는 캠퍼스에는 요즘 검은 정장과 흰 와이셔츠 물결이 부쩍 늘었습니다. 매년 이맘때 기업을 비롯한 사회기관 곳곳의 채용기간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부터 인기검색어의 절반을 채우고 있는 단어도 ‘채용’ 입니다. 캠퍼스 내에는 면접이 있는 학생들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각종 자료와 책자들이 가득합니다. 또 친구들과 서로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들의 무거운 발걸음과 긴장된 표정은 당연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리고 경쟁을 알기 시작한 중ㆍ고등학교를 거쳐 조금 더 넓은 무대인 대학교로 왔지만 이제까지는 준비 기간이었을 뿐입니다. 지금이 그들에게는 사회로 나가는 첫 발걸음입니다. 그들의 손에 들린 가득한 책자만큼이나 수심과 긴장이 가득한 그들의 얼굴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사회로 나아가는 첫 관문에 서 있는 그들. 첫 문을 두드리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능력(학점, 영어성적 등) 만들기에 너무 지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만 가지 빛으로 가득해야 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력서가 같은 기준 아래 규정화된 수치만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 때문인지 취업 준비생들이 설레는 직장보다는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나가는 것처럼 보여 씁쓸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요즘 대학생들이 학점을 잘 받기 위해, 영어성적을 올리기 위해, 자격증을 하나 더 취득하는 데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합니다. 가끔 사회는 그러한 능력들이 실제 취업을 할 때는 별 의미가 없다, 성적 몇 점 올리는 시간에 다양한 경험을 하라는 등 현실에 맞지 않은, 혼란스러운 충고를 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숫자들, 경력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대학생활에서의 수많은 경험 또한 소중한 재산이라는 것을 대학생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취업분야를 제외하고는 능력이 첫 단계의 승패를 가르는 기본 요건이 되는 것이 현실인 것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딜레마를 어느 때보다 느끼고 있는 시기여서인지 정장을 입고 면접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마냥 무거워만 보입니다.

 물론 대학생활에서 무엇이 우선순위인지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채용면접이 한창인 요즘, 면접장으로 향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그들이 취업을 하는 데 무엇이 우선순위이며, 또 규범과 이성의 딜레마 사이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들에게 요즘과 같은 채용면접 기간이 설렘과 흥분으로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조심스래 해 봅니다.

취업 시 기업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든, 또 대학 생활에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만이 낼 수 있는 색깔 하나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색깔을 하나만 둔다면 매년 이 시기가 봄처럼 형형색색으로 꽃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스팩’(능력)이 아닌 찬란한 ‘스펙’트럼과 같이 말입니다.
이지혜<언정대ㆍ신문방송학과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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