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는 가볍게 마음은 풍요롭게
주머니는 가볍게 마음은 풍요롭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10.12
  • 호수 12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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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하고 다양한 공연, 가까이 있어요



“공연이요? 학생이 돈이 어디 있어요…”하며 손을 내젓는 A. 비단 A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학생들에게 문화생활은 멀게만 느껴진다. 여기 학생들의 빠듯한 주머니 사정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있다. 깊어가는 가을의 끝자락, 저렴하고 다양한 문화공연의 감동을 가슴 가득 느껴보자.

천원의 나눔
요즘엔 슈퍼마켓에서 과자를 하나 집어도 천원을 훌쩍 넘는다. 이 시대의 천원은 그야말로 ‘단돈’ 천원이다. 광화문역 3번 출구에 위치한 ‘KT 아트홀’은 ‘단돈’ 천원으로 도심 속에서 재즈를 즐길 수 있는 예술복합공간이다. 

이장원<YSK Mediaㆍ기획팀> 팀장은 “‘단돈’ 천원이지만 어쨌든 돈을 지불한다는 점에서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은 목적의식을 가질 수 있다”며 “공연수익금은 ‘저소득층 청각장애우의 소리찾기 사업’을 통해 다시 사회로 공헌된다”고 말했다.

관객은 천원으로 저렴하게 공연도 즐기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봉사도하는 ‘1석2조’의 기쁨까지 누릴 수 있다. 공연장은 앞쪽에 빼곡히 붙어 있는 의자에 앉아 재즈아티스트와 공감할 수도 있고 뒤편에 두 다리 쭉 뻗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 사랑하는 이와 함께 시간을 공유할 수도 있다. 

김순근<서울시ㆍ동작구 34> 씨는 “회사 동료들과 밴드를 하고 있어 함께 공연을 보면서 우리도 한 수 배워보려고 왔는데 너무 잘 한다”며 “천원에 보고가기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1부가 끝나고 잠깐 쉬는 시간에 자리를 뜨는 사람도 보인다. ‘2006 스페이스 블루’의 보컬 조정희 씨는 “공연 초기엔 1부가 끝나고 나가는 분들에게 서운한 마음에 2부에 심적으로 괴로웠었다”며 “그러나 이젠 가신 분보다 남아계신 분을 위한 공연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조 씨는 “어린친구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재즈를 쉽게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며 “자주 보러 오라”고 당부했다.

문화운송수단, ‘레일아트’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지하철역은 단순한 운송수단의 역할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문화를 실어 나르는 ‘문화운송수단’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2000년 4월 사당역에서 처음 시작된 지하철예술무대는 삭막한 공간을 예술로 가득 채워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레일아트’에서 주최하는 문화적 네트워크다.

지난 9일 남부터미널에서는 목적지로 이동하는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을 잡는 라파엘 씨의 공연이 있었다. 그는 페루 출신으로 한국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안데스 음악’을 연주했다. 2005년부터 3년간 지하철 공연을 통해 카페에 약 9800여명의 팬이 있는 라파엘 씨는 “그 분들 중 정기모임을 가져 공연을 찾아오셔서 함께 관람하시곤 저와 같이 밥을 먹고 가기도 하고 가끔 집에 놀러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의 음악에 취한 이들 중 몇몇은 CD를 사가기도 하고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기 도 했다. 서지예<서울시ㆍ서초구 25> 씨는 “동아리에서 팬플룻을 연주한 적 있다”며 “아름다운 팬플룻 소리가 듣기 좋아 동영상으로 찍어뒀다 다시 들으려 한다”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만남의 장소에서 약속을 기다리던 사람들도 “우연한 기회에 좋은 관람할 수 있다”며 반가운 시선을 보낸다. 
 
거리의 아티스트
어둠이 깔리고 거리에선 통기타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힐끗힐끗 쳐다보는 가하면 멈춰 서서 기타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7,80년대 대학시절을 보낸 회사원들은 “아~저 노래”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4년 전 복원된 청계천 거리에는 매일 다양한 공연이 가득 차 있다. 통기타연주부터 마임, 농구묘기, 뮤지컬까지 온갖 볼거리로 가득하다. 편도종<서울거리아티스트ㆍ프로모션본부> 과장은 “대전에서 가족단위로 올라와 서울관광코스 중 하나로 즐기기도 했다”며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말이면 이곳에 데이트 하러 온 연인들을 대상으로 즉석 프러포즈 이벤트도 진행 된다”며 다채로운 공연을 소개했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거리예술가 등록제인 ‘서울거리아티스트’에는 작년까지 약 380명이 등록돼 있다. 누구나 거리의 아티스트가 될 수 있고 관람객도 될 수 있는 거리의 ‘열린음악회’다. 그러나 사실은 ‘누구나’가 아니라 모두 오디션을 통해 선별 된 아티스트다.

‘서울거리아티스트’에 등록된 통기타 연주가 김부영 씨는 “일부러 시간 들여, 비용 들여 계획하지 않아도 돼 부담이 적다”며 “우연히 지나가다 느낄 수 있는 반가움이 거리공연의 묘미”라고 했다. 또 김 씨는 “공연 중 한국무용가 한 분이 흥에 겨워 양복을 차려입은 채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며 “거리 공연의 예상치 못한 즐거움은 공연을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에게 즐거움을 준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거리아티스트의 일상을 담은 사진공모전이 다음달 30일까지 온라인 카페(http://cafe.naver.com/seoulartist)에서 진행돼 또 다른 거리공연의 즐거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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