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탄치 않은 대학 내 생리공결제
평탄치 않은 대학 내 생리공결제
  • 서정훈 기자
  • 승인 2008.10.05
  • 호수 128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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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통’명확한 기준 없어 개인적 ‘오ㆍ남용’ 논란

생리공결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여성의 건강권과 모성보호 차원에서 적절한 사회적 배려를 하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하라”는 권고에 따라 지난 2006년 3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먼저 시행됐다.
이후 대학가에서도 일부 대학이 지난 2006년부터 생리공결제를 시범 운영했고, 이 가운데 중앙대와 제주대가 작년 2학기부터 최초로 생리공결제를 제도화 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뜨거운 감자, 생리공결제
대학에서 생리공결제가 시행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남학생과의 형평성 문제가 가장 큰 논란이 됐다. 시험기간 때 여학생이 생리공결을 했을 경우에 대한 의견 차이였다. 또한 해당 과목의 지난 시험 성적을 얼마 만큼 반영할 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이에 대부분의 대학들이 시험기간에는  아예 생리공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도화 해 대책을 마련했다. 

일각에서는 생리공결제가 여학생에게 전혀 혜택이 되는 제도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갈은영<국문대ㆍ프랑스언어문화학과 08> 양은 “생리공결을 사용하면 결국 수업을 빠진 학생이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며 “생리공결제는 여학생에게 혜택이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신여대의 경우, 생리공결제가 도입 된 이후 생리로 인해 수업을 빠진 학생들에게 결석한 날의 수업 내용을 알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학생들의 건의가 있기도 했다.

생리공결제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에는 ‘결강사유서’처럼 생리공결제가 없더라도 생리통으로 결석했을 경우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심한 생리통’을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생리통은 개개인마다 그 정도가 천차만별이다. 몸의 상태에 따라 매달 생리통의 정도도 다르다. 통증이 전혀 없을 수도 있고,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파 걸음을 옮기지 못할 때도 있다. ‘심한 생리통’에 대한 구체적ㆍ체계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의 양심에 의존해 생리공결제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복지개념으로 일부 문제점 이해해야”
생리공결제 시행 이후에도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생리공결제의 오ㆍ남용 문제’가 제기됐다. 생리공결제를 ‘심한 생리통’이 아닌, 개인적인 사정이나 결석으로 인한 감점을 막기 위한 제도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생리공결제를 사용한 여학생이 정말로 생리통을 겪고 있는지 확실히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생리공결제 시행 이전에도 오ㆍ남용에 관한 문제 제기는 끊임없이 있었지만 시행 이후 문제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서강대는 2년 동안 시행해왔던 생리공결제를 폐지했다. 이와 같은 대학 내 생리공결제 논란에 대해 김복희<전국교직원노동조합ㆍ여성위원회> 전 위원장은 “현재 시행중인 생리공결제는 명확한 기준 없이 사용자의 자율에 맡기는 면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생리공결제는 복지의 개념이므로 실질적으로 이 제도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일부의 문제점은 이해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인식의 차이, 논란의 시작
생리공결제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3개국에서만 실시되고 있다는 지적에 김 전 위원장은 “선진국과 우리나라에서 ‘생리’의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제도”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생리로 인한 결석을 오래 전부터 ‘무단결석’ 혹은 ‘병결’이 아닌 ‘공결’로 인정해 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도 체계적인 성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리’에 대한 편견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 내 여학생 ’건강권’ 관심 필요
현재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 시행중인 생리공결제는 여러 여성단체와 교육단체가 기준안 마련과 현황 파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대학교 생리공결제의 경우는 대학 자율에 의존하는 편이다.
실제로 생리공결제 문제를 위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나 ‘한국여성민우회’와 같은 유명 교육ㆍ여성단체에서 대학교 행정기관이나 총학생회ㆍ총여학생회와 접촉한 경우는 전무했다. 이 때문에 대학의 생리공결제 내규 중에는 생리공결제 시행의 본래 취지와 벗어나는 부분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의사소견서 제출’이다.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는 부모의 동의만 있으면 생리공결이 인정된다. 대학 측에서는 의사소견서를 제출 하는 것에 대해 “오ㆍ남용에 대한 의혹도 없애고 이번 기회에 자신의 몸을 돌볼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생리통을 질병으로 여기는 풍토가 강한 사회에서 의사소견서 제출을 위해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이는 대학 내에서 생리공결제의 필요성이 축소되는 현재의 추세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으니 심각성을 인지하고 앞으로 대책마련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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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1 18:33:58
이 글은 생리공결제에 대한 시행과 논란을 다루고 있습니다. 남녀 형평성 문제와 생리통 판단의 어려움, 오남용 등 여러 이슈들이 제기되었습니다. 생리공결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복지적인 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대학 내 정확한 기준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더 나은 대안을 위해 대학과 여성단체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