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보다 사람을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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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다영 기자
  • 승인 2008.10.05
  • 호수 12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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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살찌우는 36.5℃ 학문 시대

“최대한 크게, 손뼉치고 발을 막 구르면서 웃는 거야. 시작!” 단순한 오락 시간이 아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과목으로 손꼽히는 ‘인간관계 훈련’의 수업 풍경이다. 최근 우리학교에선 이와 같이 인간 내면을 살찌우기 위한 강좌가 늘어나는 동시에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수강신청 때 ‘광클’을 하지 않으면 듣기 어렵다. 이런 이색 학문의 개념과 동시에 인기의 비결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행복은 노력을 뒤따른다, 행복학
행복학은 20세기 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 교수 마틴 셀리그만이 창시한 긍정 심리학과 더불어 등장했다.
행복 본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가르치는 학문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선 이미 최고 인기 강좌로 자리매김했다.
과거 심리학이 인간 발달 과정의 장애나 결함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데 역점을 뒀다면, 행복학은 현재의 긍정적인 측면을 탐구ㆍ계발함을 목표로 한다. 이미 손상된 것을 고치기보다는 우리 안의 최선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인간관계 훈련>
‘인간관계 훈련’은 행복을 전제로 나와 너가 참으로 자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참으로 만나 참평화를 얻는 ‘3참’을 목표로 한다. 이영식<사범대ㆍ교육공학과> 담당 교수는 “행복이란 사람이 사람다워질 때 실현된다”며 “인간관계에 있어선 ‘나’와 ‘필요에 의한 그것’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너’로 전인격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진정한 행복을 얻으려면 소위 ‘센 척’을 버리고 ‘쪽’을 팔 줄 아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학기 수업을 들은 권준우<체대ㆍ체육학과 03> 군은 “면접이나 시험을 앞두고 한 번 큰 웃음을 터뜨리면 긴장이 풀린단 걸 알고 신기했다”며 “앞으로 생활하면서도 웃음을 통해 행복을 찾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론 특강>
‘문화론 특강’은 과목명과 달리 행복의 본질을 이해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는 여정이다. 행복을 만드는 방법과 사회문화적ㆍ개인적 조건을 모색하고 행복사분면 그리기, 즐거움의 의미 진단 등으로 연습한다. 신수진<국문대ㆍ문화인류학과> 담당 교수는 “행복의 구성 요소 중 40%는 의지적 활동으로 구성된다”며 “의지적 활동은 마음가짐인데 행복 요소 중 가장 핵심적”이라고 말했다. 또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에너지와 창의성이 향상되고 인간관계 또한 개선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학기 ‘문화론 특강’을 수강 중인 소환욱<사회대ㆍ정치외교학과 04> 군은 “행복은 막연하다고만 여겼으나 수강 이후 일상의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하길 원하는 것은 전 인류의 공통점이다. 행복을 찾는 노력에 따라 그 여부가 결정될 뿐이다.

감성시대 신의 선물, 재미학
 재미학은 20세기 중엽 문화사학자 J. 호이징어로부터 비롯됐다. 그는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문화는 원래 즐기는 것이며 유희로 발달한다고 주장했다. 또 ‘홍익인간 이화세계’는 우리의 국혼이다.
홍익인간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함을, 이화세계는 이치로서 모든 걸 다스린다는 의미로 영혼적 감동에서 오는 이성적인 재미를 추구했다. 이처럼 재미는 태초부터 중시됐으며 현재까지 모든 여가생활의 중심에 있다.

<관광과 문화행동>
손대현<사회대ㆍ관광학부> 교수의 저서 「재미학 콘서트」에서는 재미를 행도락, 식도락, 기도락 등의 8락으로 나눠 유쾌하게 다룬다. ‘관광과 문화행동’은 이 책을 교재로 삼아 여가생활, 놀이, 여행 등을 배우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손 교수는 “재미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라면서도 “평균보다 훨씬 낮은 행복도를 보이는 등 정작 우리 마음은 피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요즘은 재미에 따라 소비를 한다”며 “재미는 문화콘텐츠의 흥행에서 수강신청에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 수업을 듣는 강태성<경금대ㆍ경제금융학부 08> 군은 “재미학을 배우면서 재미는 나 자신의 마음에 달렸음을 깨달아 재밌게 살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장황한 연설보다 한 마디 말이 더 영향력 있는 감성시대에 재미는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너와 나의 더불어 삶, 매너학
‘매너’의 어원은 ‘손의 표현습관’이란 뜻이다. 손을 사용하듯 늘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상대에게 바르게 표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실천하면 자신에 대한 호감도뿐 아니라 주변인의 즐거움 또한 상승한다. 매너의 핵심은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마음과 조금은 양보하는 여유, 따스함이다.

<현대사회인의 매너>
‘현대사회인의 매너’ 수업은 교양 있고 예의바른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며 바른 말씨 훈련과 악수법, 면접 태도 등의 교육이 실습 위주로 진행된다. 최은미<생활대ㆍ생활과학부> 교수는 “수업시간에 모자를 벗는 것에서 시작하는 매너는 일상”이라며 “결코 까다롭지 않으니 부담을 버리라”고 말했다. 또 “자신을 아끼는 마음에서 시작해 주변에도 잘 실천하는 게 매너학의 기본”이라고 전했다. 물리적 간극을 초월해 다양한 인간관계가 생겨나는 요즘, 매너학은 더불어 사는 삶의 필수 요소다.
그 밖에도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분노학, 마음 치유를 꿈꾸는 만다라학 등 마음을 살찌우는 강좌는 늘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신 교수는 “물질적 풍요로는 채울 수 없는, 마음의 일정 부분을 채워가기 위한 시도”라며 “즐거움이 충만한 삶을 추구하는 법이 중요한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삭막한 경쟁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 활력 에너지를 추구하고 아름다운 내면을 가꾸는 이색학문의 미래는 밝다.              

일러스트 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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