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여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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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다영 기자
  • 승인 2008.09.21
  • 호수 12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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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서울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는 작품 앞에서 고민만 해선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전시관에 들어선 순간 구경꾼이 아닌 참여자가 된다. 관객은 손과 발로 두드리며 작품과 소통한다.

서울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는 미디어 기술과 현대 예술이 만나 이루는 예술을 선보이는 국제적 축제다. 미술관 내부와 주변에서 2년마다 펼쳐지며 등 다양한 영역 간 경계를 무너뜨려 새로운 문화를 향한 디딤돌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전환과 확장’이다. 미디어 아트의 등장과 유행이 현대 미술에 어떤 변화와 확장을 가져왔는지 보여주려 했다. 미디어 아트의 의미, 전통 미술과 미디어 아트의 차이, 이로 인한 미술상의 변화 등 근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전시는 빛, 소통, 시간이라는 3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빛을 이용한 전시를 위해 전시관은 대체로 깜깜하다. 전구들은 춤을 추고 침대엔 붉은 레이저가 쏟아지는 등 경이로운 빛의 이면을 보여준다. 또 미디어 아트는 재미를 추구하기에 센서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보다 활동적인 감상을 유도한다. 관객이 의자에 앉아 손을 비벼야만 글자가 써지고 붉은 공을 휘두르면 깜깜한 벽이 별천지가 된다. 타자기를 두드려 타이핑된 글자는 벌레가 돼 성장하며 모형을 옮기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 동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재미 뿐 아니라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전시된 텔레비전만 보면 흠잡을 데 없는 뉴스지만 뒤쪽을 보면 사람 모형과 회전 간판등을 이용한 인위적인 화면이란 걸 알 수 있다. 화면의 기자들은 관객의 움직임을 인식해 불법 이민, 월경 문제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팔짱끼고 바라보노라면 절로 하품이 나는 여느 전시와 달리 지루할 틈이 없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소통하면 된다. 지난 12일 시작한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1월 5일까지 열리며 입장료도 무료다. 오감이 중시돼 각종 전자 회사들이 ‘Touch’를 외치는 요즘 피부로 와 닿는 미디어 아트를 몸소 체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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