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가 바라보는 수강신청
새내기가 바라보는 수강신청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9.07
  • 호수 127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정해진 시간표대로만 생활해왔던 저에게 교수님과 수업 시간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대학교의 수강 신청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습니다. 1학기에는 실수로 기초 필수 과목을 신청하지 못해 과 사무실에 전화하고, 교수님께 찾아가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었고, 2학기에는 수강신청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피시방을 찾아가는 일도 생겼습니다.
2학기 수강 신청이 시작되면서 저는 친구와 함께 교양 농구를 신청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교양농구 과목은 수강신청 시작 몇 분 후 인원초과로 마감돼 버렸고, 전 수강신청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낙심하는 저에게 친구는 한 가지 방법을 알려주더군요. 학교 자유게시판에 가면 교양 과목을 ‘살 수 있다’고요.
사실 처음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강의를 사고판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친구의 말은 어불성설이 아니었습니다. 자유게시판에는 이미 강의를 교환하거나 사고파는 글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그 글 중 하나를 통해 연락이 닿은 것은 한 선배님이셨습니다. 그 선배님께서는 교양 농구뿐 아니라 3~4개의 교양 과목을 판매한다고 하셨고, 구체적인 가격을 제시해가면서 과목을 사고파는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수강신청 제도의 취지는 자본주의의 원칙대로 과목을 사고팔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수강신청 제도는 대학생의 자율과 자유, 그리고 책임을 존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까. 스스로 과목을 편성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책임도 대학생 본인이 지는, 대학생의 자율을 인정하는 시스템이 아닙니까. 
물론 제도적으로 과목을 사고 팔수 있는 시스템을 방관하고 있는 학교 측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돈을 주고 사고파는 행위의 주체는 분명히 학생이며, 그것이 소수의 일부 학생이라 하더라도, 일부 인기과목을 선점해 돈을 주고 사고파는 행위는 분명히 수강신청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듣고 싶은 과목을 듣지 못해 구매하게 되신 분들은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주장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매매하는 사람만이 가해자가 아닙니다. 돈을 주고 사는 구매자 또한 가해자입니다.
학교 측에서 조취를 취하지 않는 이상 교양과목의 거래를 멈추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양대가 제가 생각하는 학교가 맞다면, 학생 스스로 이런 행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벌써 다음 학기가 기대됩니다. 다음 학기에는 수강신청 사고팔기를 통하지 않고, 교양 농구를 들을 수 있겠죠?                         임노현<공학대ㆍ건설교통공학부 0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