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손녀’로 본 인터넷의 그늘
‘회손녀’로 본 인터넷의 그늘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8.24
  • 호수 12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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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올림픽 남자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 선수의 미니홈피에 비난 글을 남긴  ‘회손녀’ 사건이 인터넷에서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고아라’라는 자기 이름까지 밝힌 그녀의 미니홈피엔 수많은 누리꾼들의 보복성 비난이 쏟아졌다.

 그녀는 누리꾼들과 말다툼을 하던 중 명예훼손을 ‘명예회손’으로 표기해 ‘회손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여기까지는 인터넷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자신의 비난 글에 대해 반성은 커녕 누리꾼들과 ‘한판’붙던 그녀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것. 마녀사냥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녀가 왕기춘 선수에게 비난의 글을 남기고 누리꾼들과의 싸움을 이어나간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욕설도 섞여 있다. 하지만 그 후 누리꾼들의 반응은 폭력에 가까웠다.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그녀의 개인 정보가 인터넷에 유출되고 그녀의 친구를 사칭한 사람들은 인신공격을 일삼았다. 그녀가 다니는 대학의 수강신청 날에는 학교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또 그녀의 집 앞에 찾아가 우편물을 통해 이름을 확인하는 사진까지 찍는 사람도 있었다. 누리꾼들의 거침없는 사냥에 그녀의 미니홈피와 학교 홈페이지에는 사과문이 올라왔다. 정부의 정보보호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 만에 일어난 일이다. 게다가 그녀의 개인 정보는 정부정보망을 통해 유출됐다. 경찰은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를 통해 인터넷의 어두운 면을 확실하고 충격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데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사실 악플과 마녀사냥은 지속적으로 문제시 돼 온 부분이다. 악플로 상처받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마녀사냥으로 다수가 곧 ‘진리’가 되는 인터넷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계속 된다면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려는 누리꾼들은 더욱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소신 있는 누리꾼들은 자취를 감추게 되고 이는 인터넷의 필수요소 중 하나인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이번 사건의 경우 한 편에서 묶여 다니던 악플과 마녀사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고 볼 수 있다. 욕설까지 하며 한 선수를 비난한 악플러와 악플러를 사냥하는 누리꾼들. 이 과정에서 당사자들 외에도 그녀의 친구들은 물론 그녀와 같은 대학교를 다닌 다는 이유로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 인터넷 강국의 어두운 모습이라 하겠다. 양질의 정보와 자유로운 의견의 장이 돼야 할  인터넷에 더 이상의 그늘은 위험하다. 우리 인터넷의 미래가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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