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학대학이 진정으로 염두에 둬야 할 것
정책과학대학이 진정으로 염두에 둬야 할 것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8.24
  • 호수 1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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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수시 전형 가운데 하나인 ‘Brain 한양’이 발표되면서 신설되는 정책과학대학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정책과학대학 안에 공공정책학부를 두어로스쿨을 개원하면서 생긴 기존의 법학과 정원을 예비 로스쿨(Pre-Law School)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학교 방침은 여러 측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문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별도로 선발하여 집중적으로 양성한다는 것은 먼저 기존 ‘고시반’과 대동소이한 형태로 전문대학원 설치이념에 어긋나는 것이다. 또 대학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비로소 성숙한 학생의 관점에서 전문대학원 진학을 모색하는 일반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기회균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을 조금이나마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교과과정에 있다. 왜 많은 대학들이 로스쿨 개원으로 생긴 잉여 정원을 ‘자유전공학부’로 모집하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우리의 정책과학대학이 전문대학원 진학을 유일한 교육목표로 상정해서는 안 된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

 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기능 교육보다는 융ㆍ복합 교육을 강화시켜 학생들의 전공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최대한도로 높여줘야 한다. 정책과학대학이 철학, 정치, 경제를 통섭적으로 다루는 PPE(Philosophy, Politics, Economics) 과정 같은 선진 외국대학의 교육과정을 모델로 삼고자 한다면 그러한 융ㆍ복합 교육이 지니는 핵심적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

 학문 융합화를 통해 지적 안목과 통찰력을 갖춘다는 것은 학부 졸업 후 사회진출을 도모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문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 분야의 실무 지식만을 집중적으로 배우게 되는 전문대학원에서는 이러한 통합적 사유는 학부 시절에 필수적으로 습득해야 할 능력으로 전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설될 정책과학대학은 우리 대학에서 가장 선도적인 융ㆍ복합 교육을 수행하는 장이 돼야 하며, 결국 새로운 인재양성을 위한 터전이 돼야 한다.

 장학금과 기숙사 제공, 해외 어학연수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고자 하는 학교 측의 노력은, 기존의 법학과 수준의 우수한 학생들이 과연 들어올 수 있을까 하는 극도의 불안감으로 비친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의 불안은 우수한 학생들을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시켜, 그들의 학문적 수월성을 높일 것인가 노력으로 해소될 수 있다. 학교 당국의 인식 전환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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