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언제쯤 연애할 수 있을까요?”
“전 언제쯤 연애할 수 있을까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8.24
  • 호수 12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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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 많은 청춘들의 ‘고민 상담소’

 스무 살이 되고도 연애 한번 해보지 못한 A양은 그저 답답한 마음에 하소연이라도 하듯 ‘단돈 3천원’에 타로점을 본다. 잘 사용하지 않는 손을
이용해 마음가는 대로 7장의 카드를 고른다.
“아가씨는 상상력이 너무 풍부해서 그저 상상 속의 왕자님만 찾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됐어. 연애하면 잘 할 것 같은데 아가씨가 먼저 다가가 봐”

젊은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타로점집과 사주카페가 한집 건너 한집 식이다. 고민 많은 청춘들은 3천원~1만원이라는 비교적 싼 가격으로 자신의 불안한 앞날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타로점집은 정오부터 늦은 밤까지 10대에서 50대의 다양한 계층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안해윤<타로스타 ㆍ운영팀> 과장은 “타로 보러 오는 사람들 중 30~40%는 대학생이고 또 그 중 약 80%는 여자들이다. 대부분의 고민은 비슷한데 애정운이나 취업운, 직업운 등이 많다”고 말했다.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증명되지 않은 타로점의 원리에 대해 안 과장은 “타로는 마술이나 미신이 아니다. 당신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내면에 잠재된 무의식으로부터 기인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만 믿으려는 경향이 있어 무의식적인 부분을 꼬집어 내면 안 믿는 경우도 있다”며 타로점을 일종의 상담에 비유했다.
“젊은이, 한 시름 풀고 가”
과학으로 증명되는 21세기에 타로나 사주는 신빙성은 없지만 88만원 세대다, 취업이다, 그 와중에 연애까지 챙기려다 보니 대학생들은 뭐라도 붙들고 싶은 심정이다. 20대 초반의 여대생은 취업이 힘들어 풀 죽어 왔다가도 “처음부터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만 고집하지 말고 천천히 기다려봐. 운이 서서히 풀릴 거야” 라는 누구나 해 줄 수 있는 말을 듣고 그새 홀가분한 표정이다. 머리를 짓누르던 고민을 한 시름 덜고 가는 모양이다.

해야 할 일은 많고 하고 싶은 일은 더 많은 대학생들에게 거리에 즐비한 타로점집은 이 시대의 ‘고민 상담소’ 역할을 한다. 이성친구와의 애정문제를 비롯해 친구관계, 가족문제 등 털어놓지 못할 고민들이 1평 남짓한 방에서 술술 풀려 나온다. 뚜렷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식의 문제 해결은 아니지만 그저 답답한 마음에 문을 두드리면 그 곳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타로를 보는 사람들의 태도도 다양하다. 재미 삼아 보는 사람들, 반신반의하며 자기 구미에 맞게 골라 듣는 사람들, 타로 마스터의 말을 맹신하는 사람들, 나쁘게 나온 타로점 앞에 굴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각양각색이다.

벌써 두 번째 같은 곳에서 타로를 본다는 김민정<서울시ㆍ서초구 21> 양은 “사실 타로점은 거의 안 믿는다”며 “그냥 호기심에 재미삼아 보는 것일 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타로를 평소 자주 본다던 최유림<서울시ㆍ송파구 20> 양은 “타로 마스터가 이야기하는 것 중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이 있다”며 “해석 중에 부정적인 것은 스스로 합리화해서 결국 ‘자기위안’을 얻기 위해 몇 번씩이나 타로를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년 전에도 여자 친구와의 애정문제로 타로점을 봤다는 임익건<서울시ㆍ관악구 22> 군은 조금 이른 오후 홀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당시 6개월 안에 헤어진다던 타로점의 예언대로 그는 연인과 이별했다. 원래 이런 타로나 사주 같은 걸 잘 믿는다는 그는 헤어진 연인과 재회 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한 번 이곳을 찾았다.
타로, ‘제대로’ 알고 가자
타로를 보기 전에 제대로 된 결과를 알고 싶다면 우선 ‘제대로’ 알고 가야 한다. 타로점으로 알고 싶은 것은 가능한 한 자세하게 질문해야 한다. 타로점을 볼 때 의외로 어려운 것이 질문의 주제를 정하는 일이다. 타로점을 보기 전에 불안하거나 고민되는 일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막연히 애정운이 궁금하다고 묻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사이가 좋지 않은 연인과 어떻게 하면 다시 사이가 좋아질 수 있을까?’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고백하면 좋을까?’ 등 확실하게 초점을 맞춰 질문하는 것이 구체적인 답변을 얻는데 좋다.

이런 점에서 확실히 타로는 사주와 다르다. 생년월일을 적고 나서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사주라면 타로는 ‘의지’로 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또 자신이 궁금해 하는  상황에 대해 자세한 상황별 조언도 얻을 수 있다. 이런 타로만의 매력 때문에 더운 여름날 몇 시간씩 기다리더라도 사람들의 방문은 끊이질 않는다. 골머리 썩는 문제가 있다면 길거리 ‘카운슬러’를 방문해 이야기 꾸러미를 풀어 놓는 것만으로도 한 시름 더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박소영 기자 piafsy@hanyang.ac.kr
         일러스트 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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