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는 정부의 정보보호종합대책
속보이는 정부의 정보보호종합대책
  • 한양대학보
  • 승인 2008.07.30
  • 호수 12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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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지난 22일 ‘정보보호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보보호종합대책’의 주요 골자는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하고 게시글에 따라 포털업체를 처벌하며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는 데 있다.

인터넷의 역기능 심화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궁극적 목적은 여론 통제로 보인다. 신설되는 사이버 모욕죄는 형법상 모욕죄와 비슷하며 인터넷상에서의 모욕도 처벌이 가능하다. 실명제의 경우엔 IP추적이 가능한 현 상태에서 그리 실효성 있는 법안이 아니다.

인터넷 상에서 개인정보수집을 규제하겠다는 정책과도 어긋난다. 인터넷의 역기능에 대처하는 정부의 방침이라는데 시기만으로도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MB정부가 인터넷을 통한 여론형성에 크게 타격을 받고 누리꾼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역기능에 대한 대처에 있어 겹치는 부분만 존재할 뿐 대책이 가져오는 효과는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법안이기보다 엄포에 가깝다.

게시 글에 따라 포털업체를 처벌하는 부분은 조금 다르다. 게시 글에 명예훼손 신고가 들어오거나 그럴 조짐이 보이면 포털업체 측에서 사전 삭제해야 한다. 아무리 누리꾼들이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부도덕성에 대해 정당한 비판을 해도 포털업체 측에선 처벌이 두려워 삭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시물을 거르기 위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국민 개개인의 의견을 포털업체를 내세워 통제하겠다는 속셈이다. 이는 인터넷의 순기능을 없앨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부분이다. 이것이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인가.

방통위 정책관은 이번 대책에 대해 “개인정보유출과 유해정보 확산 같은 역기능의 증가로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정부 사람들도 국민이라면 국민이니 틀린 말은 아니겠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인터넷의 역기능을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들의 정책방향을 위한 ‘끼워 맞추기’식 법안에 불과하다.

물론 인터넷에 거짓정보와 욕설이 난무하는 것은 사실이다. 악성 댓글로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고 사람이 죽기도 한다. 분명히 실명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으로는 국민의 입을 막을 뿐 긍정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반감만 살 뿐이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채 국민과 대화하겠다는 정부의 이번 법안은 분명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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