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문화는 부재중
대학문화는 부재중
  • 신승호 기자
  • 승인 2008.02.24
  • 호수 12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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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길고 길었던 방학이 끝나간다. 방학동안 대다수의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휴식을 하기도 하며 각자의 방학생활을 보냈을 것이다. 유익하게 방학을 보낸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과연 이들 중에 문화생활을 즐긴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니, 대학생만의 문화를 즐긴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특별하게 대학생의 문화라고 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 주변은 고시촌으로 가득하고 학생들은 레포트와 과제에 숨 돌릴 틈도 없다. 방학역시 마찬가지다. 취업을 위해 어학공부를 하거나 경력을 쌓기 위해 일하고 자격증을 딴다. 문화생활을 즐길 여유는 거의 없다. 여가 시간이 난다 해도 대부분 술을 먹거나 유흥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데서 끝이 난다.

80년대의 대학가의 상황과는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 당시에는 대학의 낭만이 있었고 그들을 대표할 수 있는 대학문화가 있었다. 학생운동의 과격함도 있었다. 물론 과격함을 본받자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 속에 공존했던 그들의 대학문화를 본받자는 것이다. 지금은 십대문화와 대학문화의 경계가 없다. 또 개인적이고 소비적인 추세로 획일화되고 있다. 결국 대학은 중, 고등학교와 다를 게 없는 취업을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학교만 놓고 봐도 대학문화의 부재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축제기간에도 다양한 활동보다는 연예인들의 공연에만 학생들이 모인다. 이것은 그만큼 학생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축제 내의 활동이 없다는 것이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경우는 그들만의 대학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돼 있다. 입실렌티나 아카라카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대학들만 봐도 대학문화가 있음으로서 누릴 수 있는 대학생활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축제기간 외에도 동아리의 모임이 활성화 돼 있어 항상 그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이 다져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학교는 타 학교와 마찬가지로 특징적인 요소가 없다. 대학 문화가 대중문화에 압도당해 끌려간다는 느낌이다. 동아리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도 높지 않다.

80년대 대학에 비해 지금의 대학이 많이 자율화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이로 인해 대학문화가 소실됐다면 이는 안타까운 일이다. 통기타의 70년대, 김민기로 대변되는 운동가요의 80년대, 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식해 대동제를 쓰기 시작한 90년대. 이제 2000년도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가 대학문화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 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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