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는 만큼 보인다 - 음향효과
영화, 아는 만큼 보인다 - 음향효과
  • 김보만 기자
  • 승인 2007.11.26
  • 호수 12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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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화음악은 가슴에 오래 남는다. 대사 없이 또는 대사와 함께 적절하게 비벼져 나오기 때문이다. 슬픈 음악이 영화에서 기쁨을, 행복한 음악이 우울한 장면을 연출한다면 영화를 보고 난 뒤 그 음악은 대게 영화 속 느낌으로 기억된다.

영화「클래식」을 본 독자에 한해 묻고 싶다. 여러분은 가수 자전거 탄 풍경의 노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나는「클래식」을 본 다음부터 이 음악의 제목이 좀 길어졌다. ‘주희(손예진)와 상민(조인성)이 빗 속을 함께 뛰어가는 장면에 흘러나오던 그 노래’

음악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그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다. 듣고 느끼는 것, 형태가 몇 백가지더라도 그 모습이 음악이다. 추상적인 음악이 영화의 영상과 만났을 때 그 의미는 분명해진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더 훌륭하게 삽입한 영화가 나오지 않는 한 내게 그 음악은 오랜 시간동안 빗 속을 뛰어가는 두 남녀의 모습일 것이다.

이처럼 음악은 한 씬의 감정을 자아내기도 하고, 앞으로 전개 될 내용의 전조를 포함하기도 하며 인물의 성격묘사까지 가능하게 한다. 가사가 있건 없건 간에 음악이 갖는 영화 안에서의 기능은 변함없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의미를 전달하는 가사 없이 순수한 클래식의 멜로디로만 그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낸다.

피아노 콩쿠르를 망친 경민(신의재) 때문에 화가 난 지수(엄정화)는 말없이 자신이 운영하는 피아노 학원 건물로 들어선다. 그녀를 몰래 짝사랑하는 피자집 청년 광호(박용우)는 화가 난 이유를 알 수 없다. 하지만 곧 들려오는 격렬한 쇼팽의 ‘혁명’ 연주곡은 지수의 상태가 심상치 않으니 ‘접근금지’할 것을 알려준다.

피아노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꼬마 경민은 유학 못가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했다고 불평하는 지수에게 오래전 잊고 살았던 꿈을 회상 시킨다. 그녀는 경민을 통해 이루지 못한 꿈을 피워보고 싶다고 입으로 얘기하진 않는다. 그저 경민의 옆에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작은 꿈 이라는 뜻)를 연주할 뿐이다.

이렇게 때때로 영화에서 가장 훌륭한 배우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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