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기자이고 싶다
그래서 나는 기자이고 싶다
  • 지유석 기자
  • 승인 2007.09.02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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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을까. 지성인이 되고 싶다는 어려운 욕심을 가지게 된 때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나의 목표는 단지 ‘공부를 잘하는 것’이었다. 학교 수업 열심히 듣고 자율학습 시간에 우직하게 공부해서 모의고사를 잘보고 수능시험에서 ‘대박’을 꿈꾸는 학생이었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지식’을 위한 공부를 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부를 잘하기 위해 조승연 씨의 ‘공부 기술’을 읽고 나의 목표가 바뀌었다. 학교 지식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자. 내가 몸담고 있는 세상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열린 사고를 지향하자. 이런 다짐은 ‘주어진 지식을 많이 알기만 하는 지식인이 아닌, 많이 알되 나의 무지를 인정하고 세상에 대한 의문을 품음으로써 성숙을 이루는 지성인이 되자’는 울림으로 지금도 나를 지탱하고 있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나는 대학 신문 기자 활동이 지성인이 되고픈 나의 욕심을 충족시켜 준다고 믿는다. 지난 목요일, 북 디자인에 대해 문학과 지성사를 찾아갔을 때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찾아간 적이 있다. 출판사라고 하면 건물 빌딩의 작은 사무실을 상상했던 내게 아담한 정원을 가진 예쁜 집도 출판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세상은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나의 좁은 생각으로 판단하면 안되는데도 말이다. 기자가 되서 취재를 다니다보면, 내가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분야를 알 수 있게 돼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됨은 물론, 이런 나의 편견을 하나하나 깨주고 열린 눈을 가지게 되는 기회를 얻는다.

우리 뇌의 기억력은 매우 일시적이어서 새로운 정보를 얻으면 메모해두거나 의식적으로 기억해두지 않으면 곧잘 잊어버린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깨달은 바도 나의 생각과 언어로 정리해두지 않으면 나의 머리에서 떠나고 만다. 그러나 기자는 취재한 내용을 정리하고 다듬어서 글을 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세상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나의 지식으로 승화된다. 이때의 지식은 단순 암기로 인한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나의 내면적 성숙을 이루게 해주는 잘 짜여진 지식이다.

그렇게 해서 내가 받아들인 지식은 또 다른 호기심을 부르고 나는 또 새로운 호기심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책을 읽고, 사람들과 토론하고, 혼자 카페에 앉아 궁상맞게 사색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풀리지 않는 의문들은 나를 더 열심히 살게 만드는 자극제가 되고 답을 얻은 의문은 내게 탁 트인 바닷가를 봤을 때와 같은 해방감을 준다.

그래서 나는 기자이고 싶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 기자란, 갇혀있는 좁은 바다에서 더 넓은 대양으로 항해할 수 있게 하는 돛이다. 닻에 묶여있는 내 삶을 자유롭게 하고 미지의 세계로 발 딛게 해주는 돛이다. 나는 오늘도 돛을 달고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며 삶의 향기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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