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워」, 쓰리아웃은 못 보겠다?
「디 워」, 쓰리아웃은 못 보겠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07.08.19
  • 호수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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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 워」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디 워」든 「더 워」든 간에, 이거 하난 확실히 하고 가자. 만일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심형래 감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냥 이름 없는 무명감독이 만든 영화라면 아마 상영관도 제대로 모으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이런 논쟁도 결코 없었을 것이다. 몇 년 전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한국 SF의 새로운 도전이라던 영화 「네추럴 시티」와 7년인가 8년인가 만들었다던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가 떠오른다. 오랜 제작 기간에 더 오랜 흥행기간을 장담했지만 둘 다 확실한 스트라이크 아웃이었다.

시나리오는 하나같이 엉망이었고 특수효과만으론 결국 재미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스토리 문제를 얘기했고, 「네추럴 시티」와 「원더풀 데이즈」가 재미없는 스토리로 망가졌는데도 심형래 감독은 결국 본인이 스토리를 썼다. 그리고 그 결과는 관객들이 느낀 대로다.

굉장히 오래 전에 조선일보에서 ‘「디 워」가 실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심 감독을 비판하진 말자, 우리가 언제 40억 클럽에 진입할 꿈이라도 꿔 보았던가’란 사설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디 워」를 지지하고, 「디 워」에 대해 지지하는 글을 쓴다.

그들은 아마도「디 워」자체가 아닌 세계에 도전했던 심형래 감독의 의지를 지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극장가를 점령하는 현실 속에서 몇 년 동안이나 꿋꿋하게 노력해 온 굳은 의지에 대해서는 나 역시 찬사를 보낸다. 나도 심형래 감독을 좋아하고, 그 의지를 존경한다.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곳에 도전했고 누구도 하지 않으려는 작품을 만들었다. 그 행동은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디 워」는 「디 워」자체로 평가받아야 한다. 영화를 보고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라. 마지막에 울리는 아리랑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전혀 감동적이지 않은 시나리오가 단순히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를 썼다는 것만으로 인기를 끌 수 있을까? 우리는 관객이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 그러므로 우리가 찬성하는 것은 심형래 감독이 아니라「디 워」란 영화여야 한다.

「디 워」를 우리 영화가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려면, 냉정하게 평가하고 개선할 점을 개선해 나가자. 새로운 영화, 새로운 감독들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그들에게 주목하다. 미래를 향한 수많은 도전이 있음에도 굳이「디 워」하나만을 심형래 감독의 도전정신과 세계를 공략하는 우리 영화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주장은 쓰리아웃은 못 보겠다는 투정으로 들린다.

한 인물을 시대의 아이콘으로 삼고 무턱대고 숭배하는 것은 황우석 교수의 참담한 실패 하나로 충분하지 않을까. 옛날 베네치아의 위대한 제독이 죄를 지었을 때, 의회는 그를 가두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의 재능을 아까워하지만 공화국의 정의를 우선하는 곳에 재능 있는 인재는 계속해서 태어날 것입니다”라고. 우리, 쓰리아웃 이후에 다시 타석에 돌아올 새로운 타자를 기대하자.

정선목 <인문대ㆍ국문과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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