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카드를 따라다니지 않는 신문이 되길
플랜카드를 따라다니지 않는 신문이 되길
  • 한양대학보
  • 승인 2007.08.19
  • 호수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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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만큼 뉴스 특보가 잦았던 해도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한국인 아프간 피랍 사건, 이-박 대선후보 파상공세, 집중호우,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유명 인사들의 학력위조 등등. 도대체 어느 사안을 1면 톱으로 장식해야 할지 골머리를 썩고 있을 우리네 언론사들의 고충이 눈에 훤히 보인다. 또 이 모든 이슈들에 대한 논술 준비를 해야 하는 우리네 수험생들에게는 불분명한 입시정책 하에 또 하나의 고충거리로 안개 속 입시라는 말에 다듬이질을 하는 샘이 됐다.

이 중에서 특히 유명 인사들의 학력위조는 명문사학,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하고 있는 우리학교에도 큰 관심거리와 논쟁거리가 아닐 수 없다. 각종 언론매체에서 누구도 가짜학위더라고 실컷 떠들 때면 누구나 한번쯤은 ‘우리학교 가짜 졸업장을 가지고 속된말로 ‘뻥’치는 사람들도 있겠지’ 혹은 ‘우리학교에도 속인 교수가 있는 건 아냐?’는 의심도 한 번쯤 해 본적 있을 터. 아니면 우리학교 내에도 취직을 위해 외국학위에 대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학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는 100개가 넘는 학위위조 브로커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어 학교졸업장, 석·박사 학위증서 뿐만 아니라 등록금 영수증까지 위조한다고 보도된 바 있다. 이미 너무나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일임엔 틀림없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학위위조에 동참하고 있었는데 왜 이제야 그 사실이 불거져 나왔는지 의구심이 들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의구심을 뒤로 한 채 지금 언론은 이 사안에 대해 ‘누구도 학위를 위조 했다더라’는 보도의 일색이다. 더 많은 클릭 수와 더 많이 읽히는 것이 목적이라 그럴까. 어느 유명한 사람의 거짓에 대한 대중을 향한 폭로전.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최근 언론 보도의 방향이 너나 할 것 없이 거짓 사실에 대한 보도를 넘어서 폭로로 가득 찼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었다.

지난학기 한대신문에서 한양대학보로 제호를 바꾸며 학내 이모저모에 귀를 기울여 학내 보도와 대학사회에 대한 고찰을 통해 소통의 중심에 서려는 한양대학보의 노력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플랜카드 걸고 열린 행사에 대한 보도와 헤드라인만 읽고 넘길만한 기사가 역시나 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학술·문화면에는 학생들이 관심가질 만한 숱한 정보기사들로 가득이다.

나는 한양대학보에 바란다. ‘누가 50만 원을 주고 졸업장을 위조했다더라’, ‘모 교수도 가짜학위라더라’는 보도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50만 원짜리 졸업장에 의해 흔들린 우리학교, 대학사회 그리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에 맹점을 정확히 꼬집고 시대의 현인과 대학생의 관계 가운데 선 언론. 또한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 취재와 보도로 면을 채우는 신문이 아닌, 학생회관 화장실에 날카롭게 적어진 학생들의 볼멘소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여 학교와 학생 간의 의사소통의 물꼬를 터주는 신문이 되길 바란다.

이지경 <과기대·분자생명과학부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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