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그리고 술이 이어준 인연
화장실 그리고 술이 이어준 인연
  • 한양대학보
  • 승인 2007.06.03
  • 호수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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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개강을 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캠퍼스의 시계는 후덥지근한 날씨와 함께 종강을 향해서 달리고 있다. 길다고 보면 길 수 있고, 짧다고 보면 짧을 수도 있는 2학년 1학기 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과 새롭게 인연을 맺었고, 그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었던 것 같다.

성격적인 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두루 두루 알고 지내지만, 깊이 있는 친구가 필요했던 나에게 드디어 새로운 친구가 등장하였다. 그 친구는 같은 과 후배이다. 나는 새내기 배움터에서 처음 그 친구를 보았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끄러운 자리가 많아서 남들보다 말을 많이 안하던 그 친구와는 새내기 배움터의 술자리에서 서로 통성명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런 기본적인 통성명을 마친 후에는 재수를 한 그 친구와 함께 같이 재수시절의 희노애락에 대해서 대화를 계속 나누었다. 나 역시 힘들었던 재수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서로 코드가 잘 맞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그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 친구가 술을 좀 과하게 마셨다.

술이 오른 그 친구는 바람을 쌔러 나가겠다고 밖에 나갔다가 1시간째 연락이 두절되었다. 걱정이 된 나는 그 친구를 찾으러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여러 곳을 헤매다가 그 친구를 찾은 곳은 직원전용 화장실이었다. 술이 만취돼서 무거운 그 친구들 데리고 다시 우리 과 숙소로 오는 시간은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갔다. 그런데 나는 선배가 된 입장으로써 그런 모습에 대해서 지적을 해줘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친구를 따로 불러내서 약간 언성을 높이며 야단을 쳤다. 어젯밤에는 정말 친한 친구처럼 잘 대하다가 하룻밤 사이에 어색해진 것이다.

그날 밤에 그 어색함을 풀기위해서 다시 그 친구와 얘기를 나누면서 술을 마셨고, 그러면서 그 전날일과 야단친 것에 대해서 서로 잘 해결을 하였다. 그러면서 대학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술을 과하게 마셨다. 이번에는 그 친구가 아니라 내가 만취상태가 되었다. 나는 정확한 기억이 없지만 그 친구와 똑같이 바람을 쐬러 밖에 나간다고 말을 하고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한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필름이 끊겨서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동기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날 후배 녀석이 쓰러진 화장실에서 내가 발견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배가 나를 업고 숙소로 데려왔다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집에 가는 휴게소에서 그 친구가 나에게 살짝 오더니 “형, 속은 괜찮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바탕 웃으면서 그 날을 기억 속에서 잊어버리기로 했다. 그 사건 이후로 나와 성격이 비슷한 이 후배와 정말 형제처럼 잘 지내고 있다. 지금도 서로 술에 취해서 몸을 못 가누게 되면 가장먼저 서로에게 연락하는 사이가 된 지금. 우리는 우리의 인연을 만들어 준 화장실과 술에 매우 감사해 한다.

김준호<언정대·정보사회학과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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