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역사에서 우리는 하나다.
한양의 역사에서 우리는 하나다.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05.14
  • 호수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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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68주년 기념일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는 개교기념일의 의미를 잃었다고 느낄 때가 있다. 처음 대학에 와서 강의를 듣지만 교수들은 이름조차 기억해 주지 않는 듯 하다. 작년부터 늘 앉던 자리도 다른 누군가가 금방 차지해버렸다.

복학생들은 추억이 깃든 자리에 들어선 건물을 보면서 자신이 이방인임을 느낀다. 한양대 안에서 우리는 나란히 서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축제에서 우리는 즐겁지만 한양인이 아닌 개인으로 즐기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렇게 우리의 대학생활이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게 전부가 아님을 안다. 우리의 대학생활은 그처럼 삭막하지 않다. 우리는 마음이 맞는 동기와,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선배와, 호감이 가는 후배들과 함께 살아간다. 동문이란 커다란 공동체는 모르지만 우정이란 이름으로 맺어진 작은 공동체 속에서 만족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쌓아간다.

대학의 역사는 흘러간 시간의 합이 아닌 쌓아간 시간의 합이다. 대학의 전통은 한때 거쳐간 사람이 아닌 함께 걸어갈 사람이 만들어간다. 바로 석 달 전에 선배님들은 우리 학교를 떠나 사회로 나갔고, 그곳에서 함께 걸어갈 사람들과 같은 동문이 되었다.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닌, 우리들이 맺어간 우정의 연장이 바로 동문이다.

그렇기에 교수들은, 선배 동문들은 과거에 그들이 쌓아온 시간을 기념한다. 건물은 변하고 양 배움터는 더욱 커졌어도 우정의 틀 안에서 살아온 삶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사랑을 실천하며 새로 솟은 건물과 모교인 한양대를 위한 기부금을 통해 역사와 전통을 만드신 분들은 자신의 손으로 쌓아온 시간을 기념할 자격이 있다.    

우리는 많은 기부금을 내지 못한다. 우리는 건물을 지어 기증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개교기념일을 기념할 수 있다. 학생인 우리는, 대학의 주인인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행하는 행동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이나 자금이 아니라, 미래의 가치를 쌓을 수 있기에 우리는 미래를 미리 기념한다.

개교 68주년의 의미는 68년 동안 변함없이 누군가는 한양대학교를 떠났다는 의미가 아닐까. 기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제 곧 우리도 이곳을 떠난다. 평소엔 생각지 않겠지만, 개교 기념일 단 하루만큼은 떠나갈 이의 입장에 서서 돌아올 모습을 상상해보자. 한양대학교를 스쳐 지나갈 곳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올 곳으로 여기자. 그렇게 어느새 쌓여간 한양의 공동체 안에서 우리가 하나임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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