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툭 터놓고 한 번 얘기해 봅시다"①
"우리 툭 터놓고 한 번 얘기해 봅시다"①
  • 장형수 기자, 김영주 기자
  • 승인 2007.05.14
  • 호수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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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배움터 총학생회장ㆍ부총학생회장 취중진담

총학생회 생활은 어떤가요

총학활동 시작하면서 학교에서 살고 있어요. 부모님은 하고 싶은 거 한다고 인정해주시지만 내가 만날 노는 줄로 아시는 듯. 요즘 집에서 전화가 많이 오는데 안 받을 때가 많아요. 이젠 사무실로 전화가 옵니다.(웃음) 같이 있는 일이 많다보니 서로 잠버릇도 잘 알아요. 음대 새터 갔을 때 자다가 발뒤꿈치로 얼굴을 때리거나 쓰레기통을 엎기도 했죠. 주위 사람들이 부총학생회장님 잠버릇이 더 심하다고 인정했습니다.

총학일 하면서 술 마실 일이 많아요. 맨 정신으로 자는 경우가 별로 없죠. 한 달에 25번 정도 술을 먹으니까 소주 4~50병 정도는 마십니다. 술을 마시는 대상의 스펙트럼도 다양해요. 학교 각 부처의 처장·부장들을 만나거나 단대 학장님을 만나 술 한 잔 할 때도 있고, 각 단대 집행부나 학과 사람들과 먹을 때도 있어요. 직원들과는 술자리에서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별의별 얘기 다하죠 뭐. 요구안 실현가능성이나 행정사무에 대해 묻기도 하고. 자식얘기 들어줄 때도 있어요.

수업은 잘 들어가요. 활동하다보면 학업에 지장이 있긴 하지만 학생회 핑계로 소홀하면 안 좋게 보일까봐 신경 써요.

처음 당선됐을 때와 달리 지금 심경변화가 있는가

처음 선거 운동할 때는 이것저것 준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일정 때문에 하루가 부족해요. 마음 같아서는 학생들과 많이 만나고 싶은데 잘 안돼요. 바쁜 상황에서 이것저것 모두 챙기는 게 힘들긴 합니다. 그 때문에 가끔 마음이 헤이해지기도 하고요.

한번은 학교 왔는데 햇빛이 쨍쨍하고 바람에 꽃잎이 지고 있었어요. 그날 일정이 있었지만 혼자 노천에 앉아 사람들 구경하고 햇볕을 쬈죠. 약속에 못가서 주위 분께는 죄송하다고 솔직하게 시인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마음이 조금 흔들리다가도 금방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부총학생회장 VS 총학생회장

정·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회장은 총학 내에서 엄마 같은 역할 해야 한다는 말을 듣죠. 딱히 어디 가서 다른 대우를 받아본 적도 없지만 그렇다 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그래도 총학생회장이니까 치켜세워 드려야죠.

이럴 때 보람 느낀다! 이럴 때 때려치우고 싶다!

블루파라솔 하면서 보람 많이 느껴요. 이런 자리를 통해 다른 곳에서는 들어보지 못할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거든요. 한번은 블루파라솔에서 만난 한 학생과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했는데 약속 날에 비가 왔어요. 그 학생이 걱정해주는 전화를 주셨던 거예요. 그때 ‘이렇게 기억해주는구나’하고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같은 수업을 듣는 한 학생들이 다가와서 ‘학생들이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것 같지만 항상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줬을 때도 감명 깊었어요. 그때 감사하다는 말을 못 드려서 아쉽네요.

체력적으로 힘이 드는 건 사실이예요. 일 하다보면 괜히 미적미적 거리거나 또 실무적인 일이 너무 많다보니 행사 자체의 취지에 신경 쓰지 못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과분하게 맡겨진 자리를 비록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끝까지 짊어지고 가겠다는 마음입니다.

군입대 문제는 어떻게 되나

계속 연기 중이예요. 이왕 늦었는데 이제 좀 더 늦어진다고 해서 크게 상관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왕갈 거 왕고로 가야지’하고 생각합니다.
권 부회장의 경우 원래는 과학생회장 마치면서 다녀오려고 했는데 공대학생회가 많이 힘든 시기였던지라 그만두고 갈 수가 없었어요.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군대가 늦어지면서 부담되기도 하죠. 하지만 어느 정도 손해 보는 부분은 짊어지고 간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총학의 활동이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객관적으로만 보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 참여해서 함께 해본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거예요. 오히려 우리가 그 분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게 안타깝네요.

우리가 하는 퍼포먼스는 정말 다각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겁니다. 학교에 항의하는 목적도 있고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기회를 가지고자 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학교 측에 보여주기를 하는 것이지 학생들에게 왜 보여주기를 하겠습니까. 총학일은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힘든 면이 있어요.

단식동안 정말 아무것도 안 먹었나

물, 소금, 감잎차 외엔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 3가지는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해서 먹은 것이예요. 몸의 근력과 지방이 많이 빠졌어요. 몸무게가 7kg정도 빠졌다가 끝나고 다시 쪘어요. 한번은 단식하는 동안 한잔한대를 했었는데 옆에 안주 두고 참……. 또 총학생회 집행부들이 우리 단식할 때 옆에서 보쌈 시켜먹더라고요. 

어떤 분이 힘내라고 음료수 가져다주셔서 너무 고마웠어요. 근데 단식 중에는 못 먹기 때문에 아쉽게도 마시지 못했어요. 단식철회하고 나서는 ‘아 끝났구나’하고 담담했습니다. 처음에 음식 먹는데 씹는 게 어색하더라고요. 너무 오랜만에 먹는 거라 기분이 이상했어요. 끝내야 한다는 게 아쉬웠죠.

안산 총학과의 관계·교류는 있는가

8차 등록금협의회에 안산 총학이 못 온건 회의 참석하고 나서야 알았어요. 알아보니 안산 측에서 일정변경 요청을 했는데 학교에서 묵살한 것이더라고요. 우린 아무것도 모른 채 갔습니다. 학교는 등협위를 그 전날에 통보하고 그래요. 9차 등협위는 농활 가는 날이라 참석도 못했어요. 원래부터 양 배움터 간 교류가 많이 있지는 않았어요. 미리 같이 만나서 논의하는 자리가 별로 없는거죠. 또 양 측이 내세우는 것도 조금 다르구요.

총학생회장하면 차 뽑는다는데

친누나도 ‘총학생회하면 차 뽑는다며’라고 말했습니다. 참 기가 찬 게 자기 돈을 썼으면 더 썼지 그렇지 않아요. 오죽하면 돈 없어서 새내기한테서 밥 얻어먹었겠어요. 궁금해서 계산을 해봤어요. 마음만 먹으면 돈 벌 수 있을 거는 같더라고요. 처음엔 도대체 어디서 돈 나올 때가 있나 싶었어요. 아마 스폰받는 부분에서나 가짜 교비영수증을 만든다거나 하면 가능하겠더라고요. 하지만 만약 우리가 돈을 벌 목적이었으면 벌써 졸업하고 취업했을 거 아닙니까.

한양대 학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등록금문제 놓지 않고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학사회를 만들어 나갈 거구요. 따끔한 비판도 수용하겠습니다. 다 잘하려고 하다보면 이것저것도 아닌 사람이 되죠. 이것저것 다 잘하기보다는 중요한 몇 가지를 잘해보자 생각해요. 그러면 자연히 부족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 부분에 대해서 저 자신도 잘 알고 있고 최소한도로 줄여보고자 합니다.

누가 들으면 콧방귀 뀔 소리인지도 모르지만 한양대라는 학생사회 내에서 대표자로서 책임감 있게 뭔가 해보고 싶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대외적인 멘트 같지만 그것이 진실이에요. 사실 그것이 핵심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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