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가지고 무슨 100대 대학입니까
이래가지고 무슨 100대 대학입니까
  • 장형수 기자
  • 승인 2007.03.18
  • 호수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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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비정규 노동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차별을 금지하려는 취지로 비정규직법안이 마련돼 올해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법안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동일업종?동일임금으로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하지만 학교는 이 법안을 ‘동일업종?동일임금으로 2년 이상이 되기 전에 해고한다’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학교는 현재 학내 비정규직을 용역업체에서 지원받고 있다.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문제다. 학교에서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용역업체에서 고용하는 편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관리상의 편의문제다. 학교에서 직접 처리하는 것보다 외부에 맡기는 편이 행정상의 문제나 관리적인 차원에서도 훨씬 편리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노조의 보호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만약 학교와 법정 싸움까지 가게 될 경우 승산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이러니 비정규직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당한 대우 속에서도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말이다.

최근 우리은행이나 신세계 이마트 등 여러 기업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고 있다. 두 기업이 속한 금융기관과 유통업계는 비정규직의 비율이 특히 높아 이번 합의는 그 의미를 더한다.

머지않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비정규직이 될지 모른다. 취업난이 심각한건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고, 비정규직의 비율도 날로 늘어가는 게 현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남의 일 인양 흘려듣지 않길 바란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학교의 주장은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또한, 셔틀버스 아저씨들의 근무 태도를 지적하는 학교 측의 설명은 이번 비정규직문제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 설사 영향을 준다 하더라도 근무 태도를 지적하기 이전에, 근무 환경부터 개선돼야 하는 것이 맞다.

근무 조건만 충족된다면 셔틀버스를 타는 학생들마다 일일이 인사까지 할 수 있다는 아저씨들의 말에 공감이 가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이러면서 매번 말로만 100대 대학으로 간다, 어쩐다 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학내 비정규직문제를 ‘해고’로만 해결하려 한다면 한양대,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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