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거리로 내모는 비정규직 법안
비정규직 거리로 내모는 비정규직 법안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7.03.18
  • 호수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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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시행 앞두고, 대량해고 우려돼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통과된 비정규직 법안이 올 7월 시행을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각 기업들이 비정규직 법안을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비정규직 사원들을 사전에 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법안에 따르면 기업이나 산업체에서 같은 직종으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계약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 때문에 각 기업들은 법안의 법적 효력이 발효되는 7월을 앞두고 차례차례 정리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꼴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와 정부가 마련한 이 비정규직 법안은 궁극적으로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대량해고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비정규직 법안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계약은 보장하지만 사업자 측의 해고로부터 보호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2007년부터 7월 1일부터 이 법안이 발효되지만 법 시행이후 체결한 계약에 대해서만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2007년 7월 1일 이전에 계약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이 법안의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다시 말하면 이 법안은 사실상 2009년 7월 1일부터 발효되는 것이다.

또 2007년 7월 1일에 계약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2009년 6월 30일에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아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 물론 계약기간이 다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노동조합의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거대한 회사를 상대로 법적 싸움을 벌이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때문에 회사는 2009년 6월 30일에 해고를 한 후 7월 이후 다시 고용하는 형식으로 법의 그물망을 피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업주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재계약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경우 외주전환 형식으로도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 즉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계약을 보장 받을 수는 있지만 외부 용역형태로 변형해 직접고용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현재도 곳곳에서 외부용역업체와 사업자 간의 분쟁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가운데 또 다른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불시는 남겨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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