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유의지를 보여주세요.
당신의 자유의지를 보여주세요.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03.11
  • 호수 12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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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3~4월, 점심시간이 되면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밥을 사주는 모습은 어느새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신입생인 당신은 동기들과 함께 주로 과방에서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선배들을 만나 술잔을 나누고 있으리라. 선배들이 추천하는 교양과목을 듣고, 선배들이 말하는 동아리와 학회에 가입하는 등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이런 모습들은 익숙하고 너무나 자연스럽다. 하지만 대학은 그보다 훨씬 넓고 크다. 대학이란 넓은 바다에서 용이 되어 날아오를 수 있는 당신이, 지금 익숙한 공간에서 만족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적인 좋은 의도로 이끌어 주려는 선배들, 과방에서 같이 어울리는 동기들과의 생활은 진정 당신이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되었는가.

대학은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자유의 공간이다. 그렇기에 정말 본인의 자유의지로 선택한 길이라면 학기 초부터 고시 준비에 올인하건, 학업보다는 동아리 활동에 몰두하건 각자의 선택은 언제나 존중받는다. 그러나 아무리 학점이 높고 각종 활동에 충실해도 그게 본인의 자유의지로 선택한 게 아니라면, 단지 아무 생각 없이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학은 ‘니가 알아서 해’란 말이 비꼬는 뜻으로 쓰이지 않는 유일한 공간이다. 당신에겐 자유로운 선택의 권리와 자유로울 의무가 있다. 다섯 개의 선택 중에 정답이 정해져 있던 입시는 끝났다. 모든 선택과 그 결과가 온전히 당신의 몫으로 돌아온 지금, 당신은 선택에 만족할 수 있는 충분한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당신은 당신이 알고 있는 ‘대학 생활’의 범위를 넓히려 노력하고 있는가.

당신은 누구보다 열심히 생활하는 사람이다. 술에 취해 흐트러지는 일도 없고, 공부가 지겹다 포기하는 일도 없다. 하지만 학점을 꽉 채운 수강신청에 언제나 제 시간에 출석하는 성실한 당신의 모습은 정확히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당신이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며 선택한 임시방편은 아닌가. 목적을 찾을 때까진 현재엶만’ 충실하자는 목소리는 대학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변명이니까.

대학은 목적을 가진 사람이 그 방법을 찾아가는 곳이다. 당신이 우리 한양대학교를 선택한 목적을 기억하고 구체적으로 그 방법을 찾아 나서라. 우리에겐 백남학술정보관이 있고, 교수님이 있고, 상담센터가 있고 선배들이 있다. 스스로 나서서 그들과 함께 방법을 찾으라. 분명 현실적인 일이지만 누구나 실현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께서는 자유보다 복종을 사랑한다 말하셨지만, 그때 그분은 대학생이 아니셨다. 자유로울 권리를 포기해 주체적인 당신을 객체로 떨어뜨리지 않기 바란다. 핸드폰을 새로 작동시키려면 ‘종료’버튼을 눌러야만 한다. 당신은 대학생활의 시작과 동시에 ‘종료’버튼을 누르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자문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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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07-07-02 02: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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