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으로 올 겨울을 녹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올 겨울을 녹입니다
  • 김보만 기자
  • 승인 2006.12.28
  • 호수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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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것을 남들과 나누는 것만큼 세상에서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이 있을까? 가족·친구들과 돈독한 정을 나누는 일상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직접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새해를 맞이해 학교 주변에서 의료 자원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학우들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우리학교 진료봉사 동아리 ‘자유의사’와 함께 한 하루

가족과 친구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연말연시가 되겠지만 외롭고 아픈 이웃들은 온몸이 쑤시기만 한다. 요즘은 모두 지나간 2006년과 다가올 2007년을 준비한다. 그속에서 우리학교 진료봉사 동아리 ‘자유의사’는 나누는데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작은 경로당 안 자유의사들 

자유의사 회원들과 지난 달 23일 오후 3시 뚝섬역에서 만났다. 학생들과 함께 간 성동구 경마경로당 안에는 낡은 신발장 하나와 정리함 몇 개, 사용한지 오래돼 보이는 런닝머신이 전부다. 학생들은 작은 방에 테이블을 붙여 놓고 앉아 진료에 한창이다. 아직 의대 학생들이지만 청진기를 찬 모습이 이날만큼은 영락없는 딱 ‘의사 선생님’이다. 어르신들한테 아직 인사도 못 드렸는데 저쪽 주방에서 할머님이 작은 병 두 개를 들고 우리 쪽으로 오신다. “학생들 오느라 힘들었지? 이것 좀 마셔” 하시며 자양강장에 좋은 드링크제 두 개를 손에 꼭 쥐어 주신다.

어르신들은 익숙한 모습으로 맨 오른쪽 테이블부터 앉으신다. 한 할아버지께서 손에 들린 차트를 내밀자 학생이 “감기 기운은 없으세요? 혈압, 당뇨약은 꾸준히 드시고 계시죠?” 하고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할아버지는 “내가 원래 신장이 안좋아서 투석을 받고 있어 또 요즘엔 이가 많이 시리네”라며 무슨 약을 먹고 있는지 까지 꼼꼼히 말해주신다. 또 다른 테이블에선 혈압과 혈당 체크를 한다. 간단한 진료지만 혼자 기계로 하는 것과는 다르다. 손주같은 학생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해주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혈압은 조금 높지만 이정도면 괜찮으세요” 한마디를 듣고 그제서야 마음이 조금 놓이시는 눈치다.

‘자유의사’와 같이 한 13년

세 번째 테이블을 보니 한눈에 학생은 아닌 듯한 한 사람이 앉아있다. 류현철<의학 92>씨는 지금 한양대학교병원 산업의학과에서 레지던트 1년차로 있다. 자유의사는 류 씨가 재학하던 1994년도에 처음 만들어 졌다. 그때부터 맺은 인연이 13년 째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간단한 진료는 학생들이 해도 약 처방은 류 씨처럼 현직 의사들이 한다.
설금심<여 72세>씨는 경마경로당에 2주에 한번 씩 찾아오는 진료봉사 시간에 꼭 진찰을 받는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평소 아프던 관절이 더 쑤시고 한번 감기에 걸리면 잘 떨어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설 씨는 “손주같은 학생들이 찾아와서 진찰도 해주고 약도 주니 너무 좋아. 말은 어찌나 다정하게 해주는데...”라며 주름이 예쁘게 질 정도로 활짝 웃으신다. 한참 얘기하시던 할머니에게 한 학생이 약봉지를 들고 와 하나하나 설명을 해드린다. “빨간 약은 혈압약이고요 아침에 드셔야 하는 건 다 적어 놨어요” 그리고 봉투를 손에 들려 드린다.

이주노동자에게도 진료봉사를

 

진료를 마친 학생들은 차트와 약병을 정성스레 챙긴다. 연말에 약속 때문에 바쁘지 않냐는 질문에 자유의사 학생들은 그저 웃음으로 답한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수줍은 미소를 짓는 남진훈<의대·의예 05>은 성동구청 근처 이주노동자센터에서 진료봉사를 하는 소모임 활동도 하고있다. 지난 달 24일 남 씨의 소개로 따라간 이주노동자센터에는 15명 남짓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곳은 성동구청의 지원으로 경마경로당보다 시설이 훨씬 좋았는데 간단한 치과치료 정도는 직접 치료가 가능하다. 여유미<의대·의학05>는 “외국인 분들이 오히려 먼저 인사해주세요”라며 외국인 노동자들의 밝은 모습을 말해준다. 박재현<의대·의학 06>은 본과 3학년 쯤 돼야 경험할 수 있는 환자들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어 좋다며 “꼭 의대생이 아니더라도 소외계층 사람들과의 소통을 느꼈으면 해요”하며 자신의 바람을 내비쳤다.

  “치료는 약으로만 하는 게 아니에요”

자유의사는 순수하게 졸업생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돈으로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은 약을 사서 오늘도 외롭고 추운 사람들에게 손을 내민다. 우리가 만난 ‘자유의사들’은 조금도 특별하지 않았다. 우리와 같이 대학에 와서 공부를 하고 새해의 설렘을 가지고 있으며 봉사활동 후에는 뭘 먹을까 고민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치료는 약으로만 하는 게 아니에요. 이 분들에게는 대화 상대가 필요하죠. 그 역할을 우리가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라고 말한 류 씨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올해도 사랑을 실천하는 한양인들이 있어 따뜻한 2007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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