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의료 개혁의 단비가 되기 위해선
의대 증원, 의료 개혁의 단비가 되기 위해선
  • 강나은 기자, 이정윤 기자
  • 승인 2024.03.18
  • 호수 1579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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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에서 의사 대표자들이 가두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에서 의사 대표자들이 가두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6일 정부에선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의료계에선 의료체제 붕괴 우려를 이유로 크게 반발하며 전공의 파업, 의대생 휴학 등의 집단 행동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극심한 갈등에 의료 공백이 발생해 환자들은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의료 개혁을 통해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전했다.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의 4대 개혁 과제를 중심으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혁하겠단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은 수도권에 집중돼있어 지방 환자들도 수도권 병원으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기준 서울의 1천 명당 활동 의사 수는 3.54명이지만 지방의 경우 최소 0.5명에서 최대 2명까지 적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고령화 사회에 늘어날 의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의대 증원이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평균 2.22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3.7명보다 적은 상황이다. 더불어 소득수준 향상과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의료 서비스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와 달리 미래 의료 종사자의 수는 매우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의료 체계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 이경근<의대 외과> 교수는 “고령 환자가 늘면서 의료 서비스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향후 의사 수요를 보았을 때 어느 정도의 의대생 증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의대 정원을 현재 인원의 약 65.3%인 2천 명 늘려 연간 총 5천58명을 선발하겠다고 밝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진행한 결과 오는 2030년까지 최대 3천953명의 증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의대 증원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필수과 및 지방 의료 충원 방안 부재와 교육환경 부족 등을 이유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늘어난 의대생의 수 만큼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이 교수는 “2천 명 증원은 우라나라 의료 시스템이나 의대가 제대로 가르치고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라며 “현재 대학 병원에서 모집하고 있는 인턴 수보다 몇 배로 늘어나게 돼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이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 우려했다.

이러한 교육 환경 문제는 지방 의대에서 더 심화될 전망이다. 유급제도로 인해 다음 학기로 넘어갈 수 없는 학생이 발생할 경우 한 학년의 정원이 늘게 되지만, 큰 폭의 증원을 요청한 일부 지방 의대에선 증원된 학생과 유급된 학생 모두를 수용할 교육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지용<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강의실은 늘리거나 반을 나눠 2번씩 수업을 할 수 있겠지만 병원 실습은 한정된 진료 공간 안에 늘어난 학생을 수용할 수도 없을 것”이라 말했다.

갑작스러운 증원으로 인해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 인력 보충이 어려울 것이란 입장도 있다. 안덕선<한국의학교육평가원> 원장은 “학생 수가 기존의 2배 혹은 3배 이상 늘어날 경우 이에 필요한 교수 인력이 보충되거나 행정 재정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의대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나 실습 등을 진행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전했다.
필수과 및 지방 의료 충원에 대한 선제적인 논의가 부재했단 것도 문제가 됐다. 학생들을 기피과나 지방 의료 시설로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증원하는 것이 문제란 것이다. 김근호<의대 내과> 교수는 “비급여 진료가 가능한 인기과에 비해 필수과는 낮은 수가에 묶여있다”며 “지방 의료와 필수 의료의 속성 상 진료에 따른 스트레스와 위험부담이 높아 학생들이 필수 과를 기피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 또한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가 충분히 살아날 수 있게 제도적 지원이 선행되고 나서, 인력이 부족할 시 의대 정원을 늘려야 부작용이 없을 것이다”라 전했다.

이에 의료계 종사자들은 파업과 휴학 등의 방식으로 의대 증원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리겠단 정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은 집단 파업에 돌입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준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이탈 전공의 수는 1만 1천994명으로, 이탈률은 92.9%이다.
이로 인해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파업으로 발생한 의료 공백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학 병원 진료를 예약한 A씨는 “진료일 2주 전에 진료가 두 달 미뤄졌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의료 공백 앞에서 환자는 무력해질 수 밖에 없기에 파업이 아닌 다른 방법을 택할 순 없었는지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암 치료를 받고 있던 B씨도 “지방 의대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으나 간단한 검진조차 받기 힘들어졌다”며 “환자의 목숨이 오가는 상황이기에 답답할 뿐”이라 말했다.

병원에 남은 의료진들 또한 문제를 겪고 있다. 병원에 남은 의료계 종사자들이 이탈한 전공의들의 업무까지 맡게 된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 많은 교수들이 숙직 및 당직을 돌아가며 맡고 있다”며 “교수 뿐만 아니라 간호사외 병원 인력들의 업무도 가중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간호사 C씨도 “전공의가 하는 업무들이 간호사와 병원 인력에게 위임되는 경우도 있다”며 “수술 동의서를 출력해 간호사가 설명하고 환자의 서명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 동맹휴학 및 수업거부로 인해 텅 비어있는 의대 강의실의 모습이다.
▲ 동맹휴학 및 수업거부로 인해 텅 비어있는 의대 강의실의 모습이다.

의대생들도 동맹 휴학을 선택하며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현재 의대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5천954건으로, 캠퍼스와 강의실엔 적막감만 돌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우리 학교 의과 대학은 아직 개강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학생들도 학교에 나오지 않아 의과 대학 건물 대부분의 강의실이 잠겨있었다.
이에 시민들은 정부와 의료계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단 의견을 전했다. A씨는 “의료계에선 현 상황에 대해 파업이 아닌 더욱 수용적인 방법으로 협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의대 증원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급진적인 정책이 아닌 충분한 타협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 전했다. 의대생 D씨는 “의대 증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번 의료계 파업을 계기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김용주<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오랜 시간을 가지고 의료계와 정부, 시민 모두가 함께 논의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의대 증원 소식으로 정부와 의료계는 갈등을 빚고 있다. 또한 환자들은 의료 공백에 의해 다양한 피해를 입는 중이다. 정책 검토와 협의를 통해 정부와 의사 사이의 타협점을 찾아야 할 시기이다.


도움: 안덕선<한국의학교육평가원> 원장
사진 제공: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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