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들키기 싫은 마음
[아고라] 들키기 싫은 마음
  • 김경미 기자
  • 승인 2024.03.04
  • 호수 1578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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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미 대학보도부 정기자
▲ 김경미<대학보도부> 정기자

여러 계절을 지나 봄이 왔다. 필자의 지난날에도 분명 많은 계절이 있었다. 여느 계절이 그렇듯 춥지만은 않았고 또 뜨겁지만도 않았던. 그 속에서 미지근해진 채 어느새 두려워하던 이 글을 쓰고 있다. 전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전달하는 게 오히려 어려워질 무렵, 두서없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스스로에 대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 이유가 자신이 없어서인지, 생각과 마음을 누군가에게 들키기 싫어서인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스스로를 드러내고 싶지 않음은 확실하다. 대중들 사이에서 돋보이고 싶으면서도 오히려 진짜 모습은 숨기고 싶은 모순적인 태도 역시 미지근해지고 싶은 필자의 욕망일까.

뜨거운 커피에 얼음 몇 알을 넣으면 미지근해지듯이 필자는 엄청난 욕심과 열정을 가지고 살면서도 매번 얼음과도 같은 무언가를 마주하게 된다.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업무를 욕심낼 땐 일단 도전해보고 나서야 더 옳은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처럼. 가슴 속 뜨거운 것과 만난 숱한 경험들이 다시 필자를 미지근하게 만들어주면서 또 한 번 용기를 갖게 한다.

지난 여름 방학, 필자가 처음 신문사에 닿았던 그 순간은 오로지 열정만으로 가득했다. 기자라는 꿈을 꿨던 과거의 정의감인지, 글과 책을 사랑하는 희미한 마음인지 알 수 없지만 끝끝내 발을 들이게 됐다. 이성적인 판단과 논리적인 글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지난 한 학기가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같은 목표를 위해 달리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옳은 길임을 확신했다. 그럼에도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이유는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시도했던 수많은 도전들을 함께 했기에 결국 무엇 하나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결과 때문일까. 더욱 미지근한 필자가 되어가기로 했다.

홀로 떨어져 살게 된 필자가 차가워져 가는 것은 알 수 없는 불안함과 두려움 때문일까.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보이지 않았던 양면의 모습은 또 다른 이들을 통해 채워지는 것 같다. 서툴지만 진심을 말하고 진실된 이야기를 하는 것. 아주 쉬워보이지만 생각보다 그리 쉽진 않았던 일들이 누군가의 따뜻함 속에서 점차 길을 찾아가고 있다.

다투는 상황이 두려워 회피하고 외면하려 했던 지난 날들에 묻는다. 과연 그 문제는 해결이 됐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덮어둔 문제와 타인과의 관계는 셀 수 없이 많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더 이상 해결하지도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따뜻함을 감사하게 받을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란 필자는 이제는 더 이상 회피하지 않을 것 같다. 그 누군가가 그랬던 것처럼. 상처받지 않기 위해 차가운 가슴을 택한 필자는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에 녹아 조심스럽지만 단단해져가고 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 그 날을 위해 더욱 미지근해져가는 중이다.

필자의 계절은 무엇일까. 아직도 누군가 필자에 대해 물어본다면 설명할 수 없는 것 투성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리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고.

그리고 이렇게 되묻고싶다. ‘당신의 어제는 그리고 오늘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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