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유를 외친 대통령, 현실은 ‘입막귀막’
[사설] 자유를 외친 대통령, 현실은 ‘입막귀막’
  • 한대신문
  • 승인 2024.03.04
  • 호수 1578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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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 도중 R&D 예산 삭감에 항의한 졸업생이 강제로 끌려나갔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입이 막힌 채 퇴장당한 것이다. 정녕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 과연 민주주의 사회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경호원의 진압 행위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미심쩍다. 카이스트 졸업생 강제 퇴장 사건은 절대 ‘정당한 조치’일 수 없다. 경호원실에선 졸업식 경호구역 내에서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졸업생 신민기 씨는 대통령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상태였으며 자신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큰 소리로 외쳤을 뿐이다. 또한 위협이 될 만한 물건은 졸업식이 시작하기 전 이미 검열을 마친 상태였다. 경호팀은 단지 개인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진정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인가. 무엇보다 졸업생으로 위장한 경호원이 물리력이란 최후의 수단을 최우선시한 행위는 결코 합당한 조치라 볼 수 없다. 대통령 경호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단 경호처의 주장은 강제 진압을 위한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게다가 대통령 경호처의 ‘입틀막’ 경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강성희 의원이, 또 지난 2월엔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행사장 뒤에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이 입이 막힌 채 강제로 끌려 나갔다. 이들 모두 대통령 정책에 반대 의견을 냈을 뿐이었다. 세 번의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은 대통령이 과잉 제압을 용인해주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이런 과잉진압이 문제임을 인정하긴커녕 인식하지도 못한 게 아닌가.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의회 연설에서 ‘자유’를 46번이나 언급하며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웠지만, 현실은 반대 의견을 외치지 못하도록 입을 막고 강제퇴장 시킬 뿐이다. 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실제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대통령이 강제진압을 통해 반대 목소리를 억압하는 것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위 같은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국민은 대통령과 반대 의견을 외치는 것에 망설이게 될 수 밖에 없다. 공포감을 조성하며 억압하는 공포 정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대통령은 자신에게 거슬리는 이야기라 해서 탄압하고 묵인할 것이 아니라 반대하는 목소리 일지라도 들어 봤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에 반하는 목소리를 냈다하여 끌려나가는 일이 2024년에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사과는커녕 경호처 뒤에 숨어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진정 자유를 외치는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입을 막고 자신의 귀를 닫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을 열고 자신의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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