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진 OTT 구독료, 소비자는 편법 경로
비싸진 OTT 구독료, 소비자는 편법 경로
  • 이정윤 기자
  • 승인 2024.03.04
  • 호수 157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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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3시간 이상을 영화 감상에 할애한다는 박수민<경기도 부천시 22> 씨는 최근 OTT 구독료로 인해 고민이 많다. 초기 낮은 가격대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OTT 플랫폼들이 구독료를 급격히 올렸기 때문이다. 박 씨는 “OTT 서비스마다 제공하는 콘텐츠가 달라 그동안 여러 플랫폼을 구독하고 있었는데 최근 가격이 올라 저렴하게 구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주요 OTT 서비스들의 국내 요금은 기존 가격 대비 20~40%씩 인상됐다. △유튜브(43%) △디즈니플러스(40%) △티빙(20%) 모두 높은 폭으로 구독료를 올린 것이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도 가족 계정을 제외한 계정에선 공유를 제한하면서 사실상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높아지게 됐다.

구독료가 인상되자 소비자들은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OTT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디지털 이민이다. 이는 가상 사설망(VPN)으로 한국보다 요금이 저렴한 나라의 IP로 변경해 플랫폼에 우회 가입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한국에선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기 위해 1만 4900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아르헨티나(약 1425원) △인도(약 2050원) △튀르키예(약 2550원)에선 한국보다 최대 10분의 1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유튜브뿐만 아니라 국내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OTT 역시 마찬가지다.

디지털 이민을 시도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우회 가입을 도와주는 사설 업체도 늘어났다. 실제로 서승민<부산 동래구 25> 씨는 “우회 가입을 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사설 업체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1개의 구독 계정을 여러 명이서 나눠 쓰기도 한다. 여러 이용자들이 한 계정을 시간대별로 사용하고 구독료를 분담하는 것이다. 임상미<서울시 서초구 25> 씨는 “OTT 시간 쪼개기를 통해서 필요한 시간대에 부담없이 계정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비슷하게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단기적으로 OTT 서비스 계정을 빌리는 방식도 성행하고 있다. 서비스를 구독한 사람이 소액을 받고 특정 시간 동안 계정을 빌려주는 것이다. 기존의 한 달 단위 이용권을 끊기엔 부담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이런 편법은 불법일까? 편법 행위를 직접 규제하는 법률은 없어 불법이라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계약 위반으로 위법의 소지가 있다. 장서희 변호사는 “소비자들은 가입 과정에서 편법 계정을 사용하면 안 된단 약관에 동의했기 때문에 편법 계정 사용은 계약 위반이다”며 “만약 OTT 회사에서 소송을 건다면 민법에 의해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다만 OTT 측에서는 개인 간의 거래에 대해선 큰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김용배<웨이브 PR 담당> 부장은 “개인 간의 편법 계정 거래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는 있지만, 영리적 이득을 위해 거래하는 것이 아닌 경우 법적인 조치까지는 취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영리 목적으로 플랫폼을 만들어 편법 계정 공유를 알선하는 행위는 엄격히 대응하고 있다. 김 부장은 “실제로 편법 계정 공유를 알선하는 업체가 법적 조치를 받아 중단된 적이 있다”며 “1일 이용권, 1시간 이용권 등을 팔며 기업의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선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OTT 서비스의 과도한 요금상승이 오히려 OTT 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유진희<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는 “초기 OTT 서비스가 인기를 얻을 때와는 달리 최근 OTT 구독료의 가격이 점차 높아지고 부담해야 할 금액이 커져 소비자들이 편법을 찾는 것”이라며 “편법의 성행이 기업의 재정 악화, 콘텐츠 투자 저하로 이어져 결국엔 콘텐츠 질 하락으로 연결돼 구독자가 이탈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OTT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대의 이용권을 만들거나 결합 상품을 만들어 가격을 낮추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다양한 OTT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줬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비싸지는 구독료에 소비자들은 편법을 사용해 OTT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요금 인상, 콘텐츠 질 저하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와 기업 간의 적절한 타협점이 생겨야 할 때이다.


도움: 김용배<웨이브 PR 담당> 부장
유진희<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
장서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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