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캉스’, 도심에서 나를 찾는 숲
‘숲캉스’, 도심에서 나를 찾는 숲
  • 김경미 기자
  • 승인 2024.01.01
  • 호수 1577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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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걷고 명상까지 하는 것, 최고의 선물 아닌가요.” 평소 등산을 좋아하는 40대 주민 A씨는 산에서 하는 치유 프로그램이 있단 소식을 듣고 친구와 동행했다. A씨는 자주 사용하던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발견해 신청했다. 동절기를 제외하곤 △불암산 △서울대공원 △일자산 등 여러 곳에서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돼 도심 속에서도 숲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숲을 이용한 산림치유
산림치유는 숲의 환경을 이용해 심신의 질환을 예방하고 재활하는 치유 방법이다.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는 도시화와 함께 생겨난 현대인들의 육체적·정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체요법 중 하나로 도입된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국토의 70%인 산림을 이용한 치유 프로그램은 도심에서 가까운 자연을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심신을 회복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최근 산림치유는 ‘숲캉스’라고도 불리며, △교육 △체험 △휴양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도심 한가운데에서 나를 찾아가고 치유 받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산림치유를 찾는 사람들 
현대인들은 도심 속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불안감과 스트레스 등의 정신적인 질환을 해소하고자 숲을 찾는다. 국립나주병원과 전라남도산림자원연구소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직장인을 대상으로 산림치유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한 결과 사람의 불안한 정도를 측정하는 범불안척도가 3.31에서 2.00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농도 평균도 0.17에서 0.12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미 <전라남도산림자원연구소 산림바이오과 복지환경연구팀> 팀장은 “△불안 △수면장애 △스트레스 △우울 등이 있을 때 숲에서 걷는 것은 도움이 된다”며 “숲을 찾는 것이 직장인 등 청년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산림치유를 통한 스트레스 감소는 현대의학 치료와 더불어 질환을 예방하거나 재활하는 과정으로 연결되고 있다. 실제로 산림치유는 일상 속 스트레스와 더불어 질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혈당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월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산림복지연구개발센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산림치유를 통해 △당뇨 스트레스 △스트레스 △혈당 수치가 감소했다. 당뇨를 앓고 있는 B씨는“당뇨라는 병이 생긴 후부터 직장 생활 동안 망가진 내 몸을 인식하며 5년째 숲을 찾고 있다”며 “숲에서 하는 산림치유 프로그램과 더불어 자기 몸에 맞는 숲 산책법을 적용해 실제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람들은 질병의 유무와 관계없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나를 찾아가기 위해서도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찾아가는 시간을 가진다고 말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B씨는 “직장 생활로 인해 몸이 피곤하다고만 느꼈었는데 실제로는 그동안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며 “숲 해설과 숲 치유 프로그램 등 숲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림치유 산업은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더욱 발전해나가고 있다. 현재 국내의 산림치유 산업은 산림청 주도로 법제화되어 국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 팀장은 “프로그램과 시설의 종류가 다양하고 대부분 무료로 진행되는 등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좋다”며 “전국 각지에 국립숲체원, 치유의숲 등의 산림복지시설과 자연휴양림, 산촌생태마을 등의 산림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전문인력도 양성 중”이라 말했다. 전국의 ‘치유의 숲’은 산림청을 통해 확인 가능하고,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울형 치유의 숲길’과 ‘녹색복지센터’는 통합된 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를 통해 바로 신청이 가능하다.

도시를 떠나 숲에서의 치유
도심 속에서도 숲을 체험하고 몸과 마음을 치유 받을 수 있는 산림치유를 기자가 직접 체험해 봤다. “눈을 감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세요. 자, 편해지셨나요?” 창밖으로 보이는 숲을 바라보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후 눈을 감고 싱잉볼을 통해 울리는 진동과 공명을 느꼈다. 숲을 마주하며 명상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에 집중할 수 있었다. HRV 검사는 △교감·부교감 신경 등의 자율신경 △동맥혈관·말초혈관 탄성도 △스트레스의 정도 등을 알 수 있어 본인의 몸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찾아가는 첫 걸음이 된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산림치유지도사 C씨는 “산림치유는 단순히 수목을 매개로 하는 것뿐 아니라, △냄새 △빛 △산소 △소리 등 숲의 모든 환경을 총체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숲속의 여러 인자를 바탕으로 몸 속의 여러 감각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숲을 걸으면서 멈춤과 이완을 통해 숲의 평온함을 체험하고, 호흡에 집중해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으며 피로를 푸는 활동을 진행했다. 숲에 들어가기 전, 발가락을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하고 발가락만을 움직여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일명 ‘애벌레 운동’을 하며 발의 긴장을 풀고 그리 높진 않은 산에 오를 준비를 한다. 햇빛이 가득한 곳에 서서 눈을 감고 천천히 스트레칭을 한 후 서늘한 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초록빛이 가득한 나무와 그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동절기엔 추워서 몸을 움직이기가 싫고 밖에 나가기도 싫지만, 우렁찬 구령과 함께 흙을 밟으며 제자리를 뛰다 보니 금새 체온이 올라갔다. 이후 서로 손을 맞잡고 옆 사람의 온기를 느끼며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통해 웃음을 나누고 그 속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숲 산책을 마치고 나선 식물을 직접 만져보고, △막대기 잡기 △손뼉치기 △편백나무 발 마사지 등의 육체적인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C씨는 “오감을 자극해 감각에 집중하는 활동과 몸과 뇌를 움직이는 활동을 통해 정서 안정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눈을 감고 제자리에서 걸어보는 활동을 통해 내가 평소에 어떤 근육을 많이 쓰는지를 인식하며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찾고 혈액순환이 잘 되는 것을 느꼈다. 이후 여러 음의 싱잉볼 소리에 집중하며 이완 호흡과 명상을 하고, 척추와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기구인 쿠룬타를 이용한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통해 불균형한 자율신경계를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차 테라피 시간에 따뜻한 결명자차를 마시며 산림치유지도사와 참여자들이 함께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마치면서 D씨는 “올해 가장 행복한 일은 집에서 가까운 숲을 알게 되면서 도심 속에서도 숲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한 것”이라며 “몸을 움직이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건강한 몸과 마음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참여한 소감과 더불어 한 해 동안 행복했던 일에 대해 말해보고, 서로를 응원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도심 속에선 너무나도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 자연을 매개로 서로에게서 에너지를 얻어가는 치유산업은 기자에게 특별한 의미가 됐다.

산림치유 산업은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립산림과학원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산림복지 수요는 산림치유와 산림휴양 분야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팀장은 “산림치유가 법제화되면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산림치유가 주목받고 있다”며 “이를 발판 삼아 농업치유나 해양치유와 같은 다른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치유산업이 발전하는 기회가 생긴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산림이 다른 치유산업과 협력하고 원활하게 연계된다면 국민들의 행복 증진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명상 테라피에 사용하는 싱잉볼의 모습이다.
▲ 명상 테라피에 사용하는 싱잉볼의 모습이다.
▲참가자들이 자율신경계와 스트레스를 체크할 수 있는 HRV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 참가자들이 자율신경계와 스트레스를 체크할 수 있는 HRV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함께 숲을 산책하고 있는 모습이다.
▲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함께 숲을 산책하고 있는 모습이다.
▲참여자가 촉각, 후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 참여자가 촉각, 후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나뭇가지가 앙상한 겨울산에 눈이 내린 모습이다.
▲ 나뭇가지가 앙상한 겨울산에 눈이 내린 모습이다.

 


도움: 정보미<전라남도산림자원연구소 산림바이오과 복지환경연구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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