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글의 얼굴을 보며
[독자위원회] 글의 얼굴을 보며
  • 지은<사회대 정치외교학과 21> 씨
  • 승인 2023.12.04
  • 호수 1576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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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신문을 졸업한 기자들이 쓴 독자위원회엔 주로 앙칼진 비판이 담겨 있다. 더 잘할 방법과 순리를 알고 있기에 졸업 이후엔 쓴소리만 뱉게 된다는 걸 필자는 이제야 깨닫는다. 추운 겨울이기에 따뜻한 말만 전하려 했지만, 필자 역시 한대신문의 발전을 위해 쓰디쓴 한마디를 얹는다.

01면 기사의 헤드라인은 신문을 들고 펼칠 동기를 제공한다.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들로 중요한 지면을 구성했다. 특히 서브 기사는 정보 전달선 에서 멈출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적절한 문제 제기가 함께 이뤄져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하다. 02면 역시 학생 사회의 순간을 포착할 가치가 있는 내용의 기사들만 모였다.

하지만 학내보도면 기사들의 논조에 독자가 깊게 공감하긴 어려울 거란 생각도 들었다. 가령 01면의 탑 기사는 탑에 오를 만큼 학생들이 불만을 거세게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이 의문이 기사를 읽으며 해소되지 않았다. 쉽게 말해 기사에서 보도하는 상황이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기사의 사안 자체가 가볍다면 학생 설문조사와 같이 풍부한 근거를 보충하거나 다양한 관점을 반영해 독자를 성실히 설득할 것을 권한다.

04면 문화 기사들의 소재는 기사의 제목만 보고도 글의 첫 문단이 궁금해질 만큼, 시의성과 한 줄기가 연결된 괜찮은 것이었다. 다만 이 기사들이 기성 언론의 것과 비교했을 때 큰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학보사의 존재 이유를 만들려면 기성 언론을 제치고도 한대신문을 건져 올릴 만한 동기를 만들어야 한다. 독자들이 한대신문의 문화면 기사를 읽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기사 속에 청년의 시각이나 상황이 더 많이 녹여져 문화부가 기성 언론의 논조와 순서를 답습하는 것을 넘어가길 바란다.

05면 기획 기사는 신선한 주제 선정이 돋보였지만, 취재 과정에서 아쉬움이 보인다. ‘기획’면에 실릴 기사라면 직접 발로 뛰어 사람들을 만난 흔적이 드러나야 한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그 흔적이 부족해 ‘문화’면의 일반 기사라 칭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대부분의 인터뷰 내용이 전문가의 것인데, 전화 한 통으로도 얻을 전문가 인터뷰보단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더욱이 담겼으면 뜻깊은 기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필자가 언급한 문제들은 사실 아주 오래 전부터 제기되던 것이다. 학보사의 특성상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기에, 잘하고 싶지만 잘되지 않아 힘든 기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나 글의 뒷바닥에서 모든 배경을 아는 기자들끼리는 ’기사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겠지만, 글의 얼굴 위에서 종이 한 장만 바라보는 독자들은 그 부족함을 알 여유가 없다. 그러니 계속 반복된 이 부족함의 굴레를 끊어나가기 위해 모든 한대신문 구성원들이 진정 노력하길 권면한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이어가며 독자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하길. 단순한 과제 수행에 임하는 마음보다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위험하고 가치 있는 글을 쓴다고 굳건히 믿길. 누군가의 기사 포트폴리오 연습장이 아니라 정말로 기사로서의 글을 써 내려가길. 부디 바라고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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