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대신문 문예상 비평 부문 심사평]
[2023 한대신문 문예상 비평 부문 심사평]
  • 이재복<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 교수
  • 승인 2023.12.04
  • 호수 1576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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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대신문 학술상 비평 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9편이었다. 예전에 비해 투고된 작품 수도 많았지만 그것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심사자로서 흡족함을 느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데이터 가축이라는, 이 모멸에 가득한 발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 글쓰기는 교양인으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중요한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다음 세 편을 주목했다.

먼저 <뜨거운 피>, K-누아르의 무성의한 반복 속에서 클래식을 보여주다이다. 이 글은 2022년에 개봉한 천명관 감독의 연출 데뷔작 <뜨거운 피>에 대한 비평문이다. 이 글의 강점은 비평 대상을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가 그것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여기에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 영화가 지니는 한계도 적절하게 지적하면서 비평이 지녀야 할 객관성과 균형감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끝낼 수 없는 이야기- 노동, 계급, 정치 : 김혜진론은 김혜진의 소설이 지니는 노동문학으로의 의의를 진중하면서도 포괄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는 비평문이다. 비평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끌어들인 부르디외와 랑시에르의 이론과 소설 사이의 관계가 겉돌지 않고 그것이 기능적으로 작용하면서 글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문학사적인 감각을 좀 더 익힌다면 더 좋은 비평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세계바깥의 관계론-이장욱 텍스트의 블랑쇼적 독법 가능성은 이장욱의 시와 소설을 블랑쇼적인 독법으로 해석하고 있는 글이다. 이 비평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비평 대상으로 삼은 이장욱의 시와 소설이 결코 만만한 텍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문단에서 흔히 미래파로 불리는 작가들의 작품은 실험적이고 난해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작가들의 텍스트를 대상으로 비평을 한다는 것은 모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비평문은 이러한 모험을 즐기고 있다. 이것은 이 비평문이 가지는 강점이다. 진정한 비평은 이러한 아웃사이더적인 모험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자기만의 독특한 관점과 해석의 능력을 키운다면 더 좋은 비평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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