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대신문 문예상 비평 가작] 히든피겨스, 1960년대 미국 사회로 비추어 본 '편가르기'와 오늘날의 반성
[2023 한대신문 문예상 비평 가작] 히든피겨스, 1960년대 미국 사회로 비추어 본 '편가르기'와 오늘날의 반성
  • 권아인<사회대 정치외교학과 21> 씨
  • 승인 2023.12.04
  • 호수 1576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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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2016)>는 데오드로 멜피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형식의 영화로서, 마고 리 세털리의 책 <히든 피겨스: 미국의 우주 경쟁을 승리로 이끈, 천재 흑인 여성 수학자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이 영화는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것은 물론, 2016 전미비평가위원회에서 2개 부문 수상, 25회 핫 트랜드 필름 페스티벌에서 3개 부문 수상, 20회 할리우드 필름 어워드에서 2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전세계 유명 영화제에서 계속되는 수상 릴레이를 펼치고 있는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작품이다.‘

히든 피겨스는 정말 다양한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영단어인 만큼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영화의 주제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바뀌는 것 같다. 특히 여러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는 만큼, 아마 감독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 앞서서 편 가르기의 시대를 중심으로 본 영화의 해석을 통해 알게 된 영화의 제목인 히든 피겨스의 의미를 크게 3가지 의미로 해석해보자.

. 숨겨진 숫자들.

hidden figures에서 figures는 영단어사전에서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수치’. 영화 속에서 숫자는 항상 어떠한 일의 해결책이 된다. 특히, 국제적 편 가르기, 그러니까 냉전의 시대 우주 전쟁에서 수학은 단순히 숫자로 된 문제를 푸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숨겨진 숫자들과 수학 공식들을 찾아내고 활용해서 궤도와 구체적인 착지 지점 등을 구하는 문제는 미국 전체의 운명이 달렸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주전쟁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숫자의 중요성을 hidden figures이라고 표현했을 수도 있다. 우주 전쟁이 단순히 기술과 우주인들의 훈련에만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숫자 전쟁으로도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숨겨진 숫자라는 의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영화 히든 피겨스의 세 주인공 모두 NASA에서 가진 직업이 전산원이다. IBM이 없던 시절, 즉 지금만큼 컴퓨터와 기술력이 고도로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 정확한 계산을 하고 검토를 하는 전산원의 역할은 아주 기본적이지만, 없어서는 안 될 고도의 직업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제목에서 말하는 숫자의 의미가 결국 전산원을 나타내고, 대부분의 전산원이 영화 내에서 주로 유색인종의 여성들이었다는 것을 비추어 보았을 때, 결국 숫자를 계산하는 가장 기본적인 존재들인 흑인 여성들의 중요성과 같은 인간이라는 가치를 나타내는 의미로도 사용될 수 있다.

. 숨겨진 사람들

figures는 숫자라는 의미 뿐만이 아닌 사람들이나 정체를 나타내는 단어로도 사용된다. 그렇다면 숨겨진 사람들이라고 해석을 할 수 있을 텐데, 대체 이 해석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냉전이 고도로 치솟은 시절인 1960년대 초반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았을 때, 단순히 이 우주전쟁이 오직 NASA와 소련간, 미국 정부와 소련 정부, 즉 오직 정부와 정부체만의 전쟁이 아니라는 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 냉전은 사실상 숨겨진 사람들끼리의 전쟁, , 모든 미국인과 모든 소련인과 심지어는 모든 제3세계 사람들까지 함께한 전쟁이라는 의미이다. 그 중 영화에서는 미국인들이 겪는 전쟁이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앞선 영화 분석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영화에서는 미국인들이 소련의 우주 기술에 대해서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히 NASA 직원뿐만이 아니다. 특히 미국이 유인 우주선을 우주로 쏘아올렸고, 무사히 귀환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미국인들 모두가 손을 모아 하늘을 바라보는 것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냉전이 단순히 정부와의 싸움이 아닌 사실상 모든 사람들이 함께한 전쟁이라고 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당시의 국제적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는 제목을 감독이 선정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냉전을 설명할 때, 이렇게 숨겨진 모든 국민들이 실질적인 전쟁의 참여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또 숨겨진 사람들이라는 의미는, 앞서서도 언급했듯이, NASA의 아주 중요한 임무를 단순히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백인 남성들이나 소수의 백인 여성들만 이행을 했던 것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핵심적인 역할로 흑인 여성들의 참여가 있었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 나라의 주요 임무에 당당히 능력을 인정받고 참여한 도로시와 메리 그리고 무엇보다 캐서린을 강조하고 싶었던 의미로 사용한 것이라고 본다.

. 숨겨진 형체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figures는 단순히 숫자나 사람이라는 의미로만 사용되지는 않는다. 어떠한 형태나 형체를 나타낼 때도 우린 figures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감독이 여기서 말하고 싶은 숨겨진 형체라는 것은 바로 숨겨진 차별을 의미하는 것 같다. 앞선 역사적 배경과 영화 설명에서도 이야기를 했듯이, 1960년대 미국 내 차별은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차별이 있었다. 먼저, 가장 널리 알려진 인종차별이다. 흑인들의 민권은 샅샅이 짓밟혀졌고, 심지어 짐 크로우 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회적으로 차별이 당연시되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아무리 깨어있는 사람이라고해도, 일상생활 곳곳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차별들이 아주 많았다. 예를 들면, 영화 속에서 케서린이 유색 인종 화장실을 가기 위해 800m를 항상 걷고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 흑인과 백인의 커피포트를 따로 사용하는 것이나, 법정이나 버스 등에서 흑인이 항상 뒷자리에 앉는 것이 아주 당연시 여겨지는 것, 그리고 그것을 전혀 이상하거나 차별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숨겨진 형체들, , 숨겨진 차별들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도 마찬가지이다. 여성들은 항상 가정적이어야하고, 집 밖에서 일을 해서는 안된다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뿌리깊게 박힌 고정 관념이 숨겨진 차별들을 낳았다. 캐서린의 약혼자인 짐이 의도가 그렇든, 그렇지 않든 결국 여성을 차별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캐서린의 실망을 샀었던 것이나 아무런 이유 없이 매리의 남편이 매리가 엔지니어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처럼 주변의 숨겨진 성차별, , 인식하지 못하는 차별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선 영화 분석에서 변화해가는 사람들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변화해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이러한 숨겨진 차별들을 찾고 난 후에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숨겨진 차별, 그러니까 스스로가 차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사람을 차별의 고정적인 시선이 아닌 사람 그 자체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감독은 이렇게 숨겨진 차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단순히 1960년대 인종차별과 성차별에서 끝나지 않는 여전히 남아있는 잔해 속의 숨겨진 형체들을 발견하라는 의미에서, 이 같은 제목을 지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주는 함의와 의의 1961년을 통해 2023년이 배울 점

앞선 영화 선택 이유에서도 설명했듯이, 우리 주변의 인종차별과 성차별 등의 편 나누기는 끝나지 않았다. 특히 이 사건은 196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60년이 넘은 지금도, 90년대에 두순자씨 사건으로 촉발된 LA 폭동이나 그 후 20년 뒤 일어난 조지 플루이드 사건 등 여전히 흑인 민권은 나이지지 않고 있고, 2의 흑인 민권 운동이라고 볼 수 있는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전 세계의 여러 광장들이나 심지어는 SNS를 통해서 일파만파 전파되었다. 성차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성의 권리를 찾는 운동들이나 페미니즘 정치가들이 과거보다 훨씬 많이 증가하고 있지만, 오히려 페미니즘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역으로 남성을 차별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 19로 편 가르기 문제는 더 심해졌다. 2020년을 한번 떠올려보자. 코로나 19가 터지기 몇 년 전부터 일명 신 안보라면서 우리는 몇 년전부터 전통안보와는 다른 협력과 협업을 통한 안보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코로나 19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자 우리의 이러한 논의는 전부 물거품으로 번졌고, 오히려 모든 국가와 국가 사이에는 더 큰 편 가르기와 장벽이 생겼으며, 특정 인종이나 사람들에게 하여금 포비아가 생기는 경우도 늘어났다. ,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와 2023년을 살아가고 있는 현재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편 가르기는 심해지고 어려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은 약자의 길에만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편 가르기로 그 선을 넘어오지 못하는 것들이 사회적으로 더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세 주인공은 1960년대 당시 사회적 약자의 최약층인 흑인 여성들이지만 스스로 자신들의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처한 신분적, 성별적, 인종적인 차별을 그저 받아들이고만 있지 않았다. 무언가 바꾸려고 하였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직접 자기가 나아갈 도로를 만들었다. 사회가 아무리 자신들을 막아 세워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직접 그들이 가진 능력을 증명해보이며, 편 가르기에 현혹된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입증했다. 그들이 가진 잠재력과 힘을 보인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과거의 것들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여성이라고 해서, 흑인이라고 해서 못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냉전이라는 국가 전체의 전쟁 상황에서 최고의 능력치를 그들은 발휘하는 것이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말이다.

이 영화 포스터에는 아주 인상 깊은 한 마디가 이렇게 적혀있다.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여성이라고, 흑인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함께 같은 사람으로서 연대해야 한다. 모두가 한 편이다. 모두가 똑같다. 다른 사람은 없고 남의 편도 없다. 편 가르기가 사라진다는 이런 생각은 코로나 19를 맞이하는 우리가 더더욱 집중해볼 생각과도 연관된다.

코로나 19를 통한 각 국가의 대처를 살펴보면 국가주의가 국제주의를 압도한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 19가 최초 발원지로 추정되는 중국을 넘어 확산해가는 과정에서 각 국가들은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각개약진의 형태를 보여 혼란스러움을 더 크게 만들었다. 또 주요 국가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보다는 오히려 일방주의와 상호 경쟁의 태도가 만연했다. 감염병 확산세가 심각한데도 당장 주요 국가들 사이의 책임 전가성 발언들과 조치들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또 국내적으로는 특정 국가에 대한 포비아 현상으로, 중국인들과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동양인들을 집단 구타하거나 차별하는 현상들이 생기기도 했고, 또 코로나 19 초창기에는 동양인들로 하여금 마트나 대중 시설을 제대로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가들도 많이 포착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편 가르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우린 영화에서 본 것처럼, 영화가 알려준 것처럼 이대로 있어서는 안된다. 필자는 영화 속 차별하는 백인들을 절대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이 살던 사회적 시선에서는 그것이 차별로서 느껴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차별편 나누기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다. ‘권리를 찾는 것에 대한 일을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직접 나서서 코로나 19로 인한 국제적, 국내적 편 가르기가 생기지 않도록 우리가 기회와 노력들을 창출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그 누구도 해주지 않는다. 젊든 나이가 있든, 남자든 여자든, 부자든 가난하든, 모든 인간들은 다 같은 인간들이기에.

이제 우리는 모두가 변화하여 히든피겨스가 되어야 한다. 최소한 그들 곁에 변화하는 주변 인물이 되어야 한다. 분명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기회와 길을 찾아가고 능력을 통해 세상의 인정을 받으며 차별로 얼룩진 편 가르기 세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그러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분명히 팬데믹의 상황도, 또 여러 ‘lives matter’ 운동들도 필요 없게 될 것이다.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차별 없는 세상, 평등한 세상, 다시 모두가 하나 되어 연결된 세상을 꿈꿔보자. 모두가 제2세상을 바꾼 히든 피겨스가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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